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 박노해

2011. 7. 26. 00:03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자꾸 쓰러지는건
네가 꼭 이룰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시인이 보라 하였던 너의 하늘
그 너의 하늘은 무엇을 말함일까?

 

그가 말한 나의 하늘은
시선을 어디로 두어야 보이는 걸까?

 

꼭 이룰것
자꾸 쓰러지는 이유로 들어 준

꼭 이루어야 할 내것인
그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나는
자꾸 쓰러지고 힘들고 앞이 안 보이니

하늘을 보아야 하는대...


그렇게 상징적으로 나의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던 그가

이번에는 제대로 하나를 보여 주었다.


상징성이 아닌 의미로 보여 주었다.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박 노 해

 

무기감옥에서 살아나올 때
이번 생에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혁명가로서 철저하고 강해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허약하고 결함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기나긴 감옥 독방에서
나는 너무 아이를 갖고 싶어서
수많은 상상과 계획을 세우곤 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일체의 요구와
그 어떤 교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서 온 내 아이 안에는 이미
그 모든 씨앗들이 심겨져 있을 것이기에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무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되는 건 안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었다

 


말로 하기로 치자면야
수없이 많이 늘어 놓을 수 있다지만

 

꼭 해야 할
꼭 해 낼 수 있는 세가지.

 

오늘 나는
그 세가지의 말로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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