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새벽 사르락 거리던 눈발 날리는 소리 그치고 한 낮의 따사로운 햇살에 그 눈 녹아 내리고 싸한 바람소리에 다시 단단히 얼어가는 길을 걷는 내내 가볍지 않은 무거움으로 가슴이 아파온다
일어나고픈 마음 일지 않는 아침은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만나지고 만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은 시시로 때때로 한 순간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아주 늦은 시간 잠시의 쉼을 허여한 공간으로 가는 길에 딛는 풍경은 늘 이렇게 축 늘어지고 버석거리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같은 공간. 거의 같은 시간.
악보의 되돌이표를 따라 가듯이 다시 걷고 있는 그 풍경이 유별나게 따스해 지기 시작했다.
지칠대로 지쳐 끌리듯 가는 발걸음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까르르 웃음소리내는 서너살 아이의 웃음소리에 올려본 시선엔 한손에 엄마손을 다른 한손엔 아빠손을 잡고 중간중간 하늘로 껑충 뛰어 올려지는 아이의 모습이 추욱 늘어진 내 마음을 일으켜
사십오년의 시간을 되돌려 푸석한 흑백의 사진에서 따스한 온기 가득한 갈색의 풍경으로 그 풍경의 주인공으로 나를 세워 놓는다.

성냥팔이 소녀가 불을켜는 이유를 참 빨리도 공유하게 되었다 싶은순간
내 마음도 그 불을 켜는 마음처럼 불을 밝혀 따스한 온기를 한껏 끌어 안아 보는동안
아이의 웃음소리가 멀어지고 따스한 온기를 가득 남기던 풍경도 불길이 잦아드는 속도만큼 잦아들어간다.

언뜻 머리를 흔들어 내 서있던 자리를 보니 지날때마다 구수한 냄새를 양껏 나누어주던 빵집 앞이다.
내 지난 기억의 빵집에서 만나는 찐빵과 만두는 아니지만 그 빵집 앞의 풍경속에서 찾아낸 내 기억속의 온기로 난 한동안 이 낯선 추위를 이겨내야 할것 같다.
성냥 한개비가 타는 온기로 두번 다시 추위를 느끼지 않았을 성냥팔이 소녀 만큼은 아니어도
아직은... 내게 온기를 나누어 주는 기억들이 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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