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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어두워지는 하늘밑.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져만 가는 두려움
눈을 뜨고 있지만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절대의 어둠속에서 나는 끝이 어딘줄도 모르고
습기하나 없는 숨을 토악질하며 달린다.
의식의 또렷함은 오히려 그 두려움에서 달아남이 아닌
가시밭 길로의 친절한 안내자로 변한지 오래.
아주 지독한 가위눌림 보다 더한 어둠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방향성 없이
달리는 것 하나.
그 어느것도
가늠되지 않는 크기의
이 어둠을 헤쳐 나가는 방향성의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여전히 가늠되지 않는 크기의 존재로
규명되지 않는 두려움만 존재 할뿐...
그 두려움의 공간에서
빛이 새어 나온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으리라
절대로 빈틈을 보이지 않으리라
그리 여겨지던 그 공간에
바늘끝 만한 틈이 생겨났다.
그 무엇으로도 흠집 내지 못할것 같던 그곳에
쭈욱 내리긋는 붓으로 그린듯
빛이 새어 내리고 있다.
크기뿐 아니라 두께도 가늠되지 않던
두려움의 존재는 더 이상 가늠되지 않는
두려움이 아니다.
인식하지 못할때의 두려움은 체념을 강요하지만
인식하고 난 뒤의 두려움은 쿵쿵 뛰는 심장의
박동 소리를 불러 일으킨다.
오늘 나는
뜨겁게 달아 오르고 귀청이 멍하도록 쿵쿵 거리는
내 심장의 살아 있음을 느낀다.
단지 바늘끝 만큼의 구멍 하나에서 오는
빛 하나를 보았음이지만
그 뒤켠에는 엄청나게 밝은 빛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아직은 머리로만 알게 된 것이지만
언젠가는 가슴으로도 알게 될 것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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