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는 횟수가 부쩍 많아졌다.
어색한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랑한다는 말에도 다큐에 나오는 사람 사는 모습에서도 부는 바람에 떨어지는 자목련 잎새 만으로도 무명가수가 부르는 노래가사에서도
꿀꺽 넘어가는 순간의 통증이 괴로운 눈물을 삼켜야 하는 이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저... 그저 스쳐 버리던 것들이 하나하나 쓰라린 통증이 되어 단 한번도 그냥 넘어가지지 않고 맨 살갗 드러난 피부에 닿는 부글부글 거품 오르는 과산화수소 소독약 같은 아픔을 주곤 한다.
세월을 살며 한켜 두켜 입혀 놓아 굳어진 방탄복 만큼의 두께로 나를 지키던 것들이 수없이 헤아릴 틈없이 몰려드는 충격으로 한켜 두켜 나무껍질 떨어지듯 떨어져 나가더니
종내는 한번도 햇빛 받지 않은 맨살을 드러내고 그 여린 맨살위로 스륵스륵 거친 수세미 같은 통증들이 지나 다닌다.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었는대...
설핏설핏 스치는 바람에도 상처난곳에 소독약을 양껏 뿌린것 같은 쓰라림이 인다.
생소한 느낌들, 어색한 분위기 접해보지 않았던 쓰라림들... 질척질척한 바닷가 뻘에 빨려 들어가는 발을 꺼내려 끙끙 소리날 정도로 힘을 주어 보지만 여전히 빠져 나오지 않는 발...
쨍한 햇빛에 뽀송뽀송 말라 보드라운 저 먼곳의 흙으로 가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지...
그럼에도... 나는 고개 숙이지 않는다.
밑을 바라보며 고개 숙이기에는 [불구하고]라는 존재감으로 내 곁을 지켜주는 수많은 의미들이 가득한 부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나누어 주어도 여전히 가득히 채워져 있을 내 곁에 늘 함께 해 줄 존재감들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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