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다...

2011. 6. 16. 11:08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네가 땅에 한점 씨앗으로 내려
여린 뿌리로 연두빛 싹을 틔우고
환한 웃음 짓게하는 꽃을 피윘을때가
네 생에 가장 고운 모습인줄 알았다.

 

이는 바람만으로 살랑이는 꽃잎을 떨구며
분홍빛 고운 자태가 거친 갈색으로 바뀌고
손에 쥐어지는 느낌이 투박해질때에
나는 네게 주던 눈길을 거두어 버렷다.

 

바람이 멎고 햇살도 그저 먼 하늘빛만 같던 날
너는 작은 나무그늘에 가리워 버리고
그렇게 잊혀져 가던 네가 내게로 왔다.

 

네가 땅에 씨앗으로 내려 섰던것처럼
너 닮은 모습의 씨앗을 내려주고
세상에서 가장 고운 꽃 하나를
피워 낼 준비를 하였구나.

 

하지만 나는 안다.
네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때는
눈에 담겨졌다 잊혀지는 꽃의 모습일때가 아니라
너 닮은 또 다른 생명을 만들어 내는 모습의
거칠고 투박하기만 한 지금의 네 모습이란걸...

 

내 시선 거두어 지고 햇살도 가리워 졌다지만
온 몸 툭툭 터져가며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는
네 모습을 나는 눈이 아닌 가슴에 담는다.

 

나처럼 시시로 변하는 모습이 아닌
가늠되지 않는 오랜 세월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켜내는
너를 내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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