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내리는 날에...

2011. 6. 12. 23:57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어느 비내리는 날...


힘주어도 구부려지지 않는
강한 철사줄이 얼기설기
가슴에 선을 긋기 시작하더니

 

기어이는, 여리기만 하던 가슴에
숭숭 바람소리 나는
구멍을 내고

 

그 구멍에서는 겨울바람
스치는 휭휭 소리대신
차가운 물방울들이
하나둘 맺히기 시작했다.

 

휭휭 겨울바람같은 소리는
질기고 강한 철사에 뚫린
작은 가슴구멍을 지나며


맑은 빛 품은 물방울로 태어나고

가슴에 생겨나는 생채기 같은
구멍이 많아 질수록 휭휭소리 클수록에
눈 부신 투명한 빛의 산란 또한 많아 진다.

 

가슴에 생긴 생채기 같은 구멍은
아픔만을 주는게 아니라
눈부신 빛을 가득히 품어
환한 웃음 벙긋 일어나게 하는

 

내 살며의 시간 동안에
끊임없이 받아 내야 할
깊고 깊은 가르침이다.

 

아주 깊고 깊은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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