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16. 14:40ㆍ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오래전의 이야기다.
그래서 과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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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해가 바다로 퐁 떨어지는데 왜 물방울이 안생겨?
지난주에 바닷가에서 일몰을 마주하다가
내 손을 꼭 쥐고 있던 딸내미가 맑고 투명한 눈빛으로
진지하게 제게 묻던 질문이었습니다.
물위로 무언가가 떨어지면 당연히 파문이 일고
물방울이 튀어야 하는 우리 여섯살난 딸아이의
세계를 전 이제껏 모르고 있었나 봅니다.
아주 많이도 붉은 일몰의 색이 바다로부터
아이와 내 얼굴에 물들고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것 같은 느낌과 아이가 내 손을 흔드는
그 부드러운 촉감에 비로서 나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왜 물방울이 튀지 않을까?
참 난감한 질문에 참 현명한 대답을 하고팠지만
이마에 진땀만 흘리고 있었더랍니다.
내가 이제까지 지켜왔던 세계와는 또 다른
참 많이도 깨끗한 아이의 세계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주어진 그대로의 세계
똑 같은 자리에서 똑 같은 모습을 보며
만들어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만들어낸 일몰의 모습은 참으로
맑기만 하였더랍니다.
아빠!
아침엔 눈이 하품해?
이건 또 무슨소리?
어제 물방울 질문으로 흘린 진땀이 채 마르기도
전인것 같은데 아이는 또 다른 질문으로
나를 바라 봅니다.
어제의 그 맑고 투명한 눈빛이 아니라
바닷가의 그 따가운 햇빛에 눈을 잔뜩 움츠리고
얼굴을 찡그려 가며 내게 물어 봅니다.
아빠!
아침엔 눈이 하품 하는거지?
아직도 영문을 모르는 내게 아이는
아예 대답을 강요 합니다.
아하! 그랬습니다.
아이는 아침햇살을 가득 받고 있었습니다.
그 빛이 하나 가득 눈에 비추이니
갓 일어난 아이의 눈이 너무 부셨던 모양 입니다.
아이의 마음은 그것이 자기가 종종 하품을 할때
입모양이 앙징스럽게 찌그러 지는 것처럼
눈이 하품을 해서 깜찍하게 찌그러 지는걸로
생각을 했나 봅니다.
아이의 세계는 제게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높은곳에 있나 봅니다.
언제나 무언가를 견주어야 하고 확인해야 하고
안전하다고 느낄때까지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내 의식의 세계는 아이와의 짧은 여행에서
많이도 당혹스러웠습니다.
나도 한때는 저런 마음을 지니고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잠시 가져 보지만 아무리 기억을 해내려 해도
이미 오랜 시간을 경직된 아집에 길들여진 내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나도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아이의 투명함을 지녀 보고 싶습니다.
아이는 내게 내가 잃어버려가고 있는것을
일깨워준 좋은 선생님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