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2005. 4. 12. 20:50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 겨울 비 021224 ]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랍니다.

 

비.
겨울비였답니다.
유난히 포근하다 싶더니
이곳 서울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답니다.

 

오늘은
조금은 힘든 날이었어요.
내 생각과는 어긋나는 일이 있었거든요.
세상 모든일이 다 내맘 같이만 된다면야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없겠지만
가끔은 맘이 안좋은 일이 있었던 그대처럼
오늘은 내가 맘이 조금은 무거운 날이네요...

 

전에는 그리도 큰 자리인줄 몰랐는데
막상 그대의 눈길이
그냥 듬직한 그대의 목소리가
문을 열고 들어 왔을때 나를 바라보는
그대의 포근한 눈길이
아주 늦은 시간 조금은 졸린듯한 그대의 표정
그 모두가 그리워 지는 하루 입니다.

 

내 살아온 날들이
남들에게 뚜렷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거꾸로 또 무엇하나 내세울것이 없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 아픈 하루 입니다.

 

그대가 없는 날들이
그대가 있을때보다 더 올곳이 서있는것이
내가 해야 할 것들이라는 것이
아주 조금은 힘들어지는 하루 였습니다.

 

최선을 다한 삶보다
조금은 약은 삶을 사는것이 좋았을것 같다는
얄팍한 생각도 아주 잠깐 해본 순간 이었습니다.

투덕투덕 거리는 빗방울을 피하려고
잠시 지하철역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그 작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뛰어가는 사람
비야 오건 말건 제갈길을 천천히 걷는 젊은 아이
푸드득 소리를 내며 우산을 펼치는 아가씨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입니다.
우산 하나로 아이까지 보살펴야 하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보니 폴짝폴짝 뛰는 아이를 위해
자기는 비를 다 맞아 가며 아이쪽으로 자꾸만
우산을 밀고 있었습니다.

 

나도
저런 혜택을 보며 살았을 것입니다.
어머님 생전에는 어머님께 받았을 것이고
그대를 알고난 후부터는 또다른 우산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비가림의 혜택을 받으며
지내 왔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지만
그런 보살핌에서 벗어나니
내가 얼마나 많은 보살핌을 받아 왔으며
그 보살핌을 위해 그대는 얼마나 많은
비를 맞아 왔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내 남은 삶은 그대를 위해 살아보려 합니다.
그대가 나에게 알게 모르게 비가림이 되어 주었듯이
이제부터는 내가 그대에게 비가림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

 

먼먼 훗날의 이야기로만 남을 그런 날들도 있겠지만
하루하루가 모두 그런 이야기로 남을
그런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

 

유독 그대가 그리워지는 날에는
겨울에도 비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