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를 넘어 다섯시로 달리는 시간.
점심시간은 한참이나 지났고 저녁시간은 아직이른 애매하고 모호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시간.
문에 달아 놓은 풍경을 흉내 낸 동경이 띠링띠링 소리를 내고 소리가 지나온 길을 따라 아주 소박한 점퍼에 운동화를 신은 사내 하나가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사를 건네니 차분한 웃음으로 받아내며 순대국 한 그릇을 시킨다.
참 편안한 표정과 몸짓으로 자리를 잡고 앉은 그 사내를 뒤로하고 이제 조금 몸에 익어가는 순서대로 토종 메주콩 된장을 담고 쫑쫑 썰어 놓은 파를 담고 양념장을 챙겨 톡톡 소리나게 작은 종재기로 옮겨 놓는 동안 반듯한 앉음새로 기다리는 사내.
별 신경 안쓰고 움직이는 내게 소리가 들린다.
"저기요~ 양은 조금 적게 주세요~"
무슨 소리? 내 신조는 푸지~~~임 하게인대?
아무튼 양을 조금 적게 주문을 받았으니 그리한다.
대신 고기는 그대로이고 육수만 적게^^
뚝배기를 한껏 데워 포글포글 끓어 튀는 육수방울이 살짝 비칠때 즈음 60도로 알맞게 뜨거운 햅쌀로 지은 공기밥과 함께 내어 놓으니 또 그 사람좋은 웃음으로 고맙다 한다.
참 편안한 사람이다...
그리곤 나는 내 일을 보고 사내는 어중간한 시간의 식사를 한다.
이리저리 눈 돌리고 정리하고 손님들 챙기고 나니 참 맛나게 잘 먹었다며 6천원을 계산하고 나간다.
맛나게 드셔 주셔서 감사 합니다^^
내 인사를 받고 난 사내가 인사 뒤끝에 한마디 덧 붙인다.
양이 조금 많았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참 좋았네요^^
뒷모습을 본뒤 그 사내가 지나간 자리를 치우기 위해 갔다. 그리고 바로 사진을 찍었다.

여러 사람이 지나가지만 이런 사람이 지나간 자리 뒤엔
참 진하게 오래가는 즐거움이 남는다.
내 노력과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을 비용을 받고 제공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깔끔하고 맛나게 드시는 분이 계시다는건 참 기분 좋은 느낌을 남겨 준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리에 앉지를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고 그 사람의 마음을 담으려면 내가 이정도는 해야하지
언제든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리거나 혹여라도 나를 찾을 수도 있을 가능성을 위해 늘 움직일 수 있는 자세인 서 있기를 마음 먹고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꼬박 서있기를 고집하는대 가끔 [누가본다고?] 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껏 지켜 올수 있었던건 이렇게 설겆이도 안된 그릇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들이 힘을 주기 때문이다.
참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고 간 사내.
아마도 그는 이곳을 지나다가 허기가 지면 다시 내게 기분좋은 여운을 주기위해 발길을 돌려 주지 않을까? 란 김치국을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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