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고...

2011. 6. 21. 14:58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무릎이 이슬에 젖어

차갑단 느낌이 들고 나서야

너를 품에 안는다.


지나는 발길에 채이는 것만으로도

휘청 허리 꺽이며 삶을 마감하는

여린 몸짓.

 
그 여린 몸짓하나를 만나기 위해

풀잎가득 맺힌 이술방울들로

무릎을 적신다.

 
초록의 풀밭 한 구석

온통 초록의 물결로 가득한대

보일 듯 말듯 흔들리는 분홍빛 점하나.

 
슬쩍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 같은 시선에

그 가냘픈 빛이 잔상으로 남아

가까이, 가까이 다가서게 만든다.

 
네가 숨 쉴 곳이 이곳이 아닌데

네가 기꺼이 꽃을 피울 곳이 이곳이 아닌데

네가 어울리는 곳이 이곳이 아닌데...

 
아니다, 아니다 말하는 내게 너는

그저 웃음처럼 환한 분홍빛 꽃잎만 흔들어 준다.

여전히 흔들림 없는 환한 웃음만 보낸다.

 

정작 너는 그리도 의연하게 네 자태를 지켜 내는대

너를 바라보는 나는 이리도 안절부절 인 것이 부끄러워

더 낮게 더 깊게 더 오랜 시간 너를 바라본다.

 

차마, 고개 들기 어려워 무릎이 차갑도록

그 차가워진 무릎이 저리도록의 시간을

네 앞에서 고개 숙이고 일어나질 못한다.


 

2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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