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시나무
2005. 12. 13. 19:44ㆍ읽을꺼리/마음에담은시
나는 은사시나무
토설치 못할 情 하나 재갈 물려
가늘게 내뿜는 북풍의 노래에
온 가지 끝까지 떨고 섰네.
섬뜩한 칼날보다 더 날카로운 혀로 흔들고
눈을 뜰 수 없는 폭우로 내 동줆貞을 앗아가도
하늘 높이 쨍~ 하고 뜬 너의 말 한마디에
눈물 뚝뚝 떨구며 섰네.
봄이 그렇게 가고 여름이
여름이 그렇게 가고 가을이
그렇게 또 그렇게 오고 가도
다리가 저려도 앉지 못하고 섰네.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네게로
한 발자국도 더 다가서지 못한 채
북풍을 손짓해 부르는 초겨울 밤
긴 그림자로만 눕는 나는 은사시나무
-김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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