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야기 / 조병화

2005. 11. 30. 02:43읽을꺼리/마음에담은시

밤의 이야기

 

                - 조병화 -


잔인하도록 쓸쓸히 사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의 인연의 세계에서
같이는 있다고 하지만
차가운 겨울밤을
빈 손을 녹이며
잔인하도록 쓸쓸히 그저 사는 거다.

 

육체는 소모해가며 없는 자에게 자혜를 주며
생명은 노쇠해가며 가는 자에게 시간을 준다.

 

사랑과 미움은
인간의 역사를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들고
끝이 없는 거라 하지만

너와 나는 사랑도 미움도 없이
어두운 다릿목에서
그저 마주 서 있는 거다.


아 아침이여
따스한 입김이여
사랑스러운 눈물이여

잔인하도록 쓸쓸히 사는 거다.


너와 나는 하나의 인연의 세계에서
같이는 있다 하지만
차가운 긴 밤을
빈 손을 녹이며
잔인하도록 쓸쓸히
그저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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