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김춘수

2005. 11. 30. 02:41읽을꺼리/마음에담은시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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