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이라고 하지

2005. 4. 12. 20:41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흔적이라고 하지.

 

더 이상 자신이 남겨놓은 자리를
이런저런 모양으로 바꾸며 스스로를
만들어 나가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의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것을...

 

느끼는 사람마다 그 마지막의 모습이
얼마만한 시간이 더 지나야 흔적이라고
말하는지는 다 다르지만 어찌 되었건
마지막의 모습 그대로 있는 시간이
지루해 지기 시작할 때 즈음이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억에서 마치
상처를 덮어버리는 딱정이를 보듯
더 이상의 느낌도 감동도 지니지를 못하지.

 

가슴에서 감당하기 버거롭게 힘찬 느낌으로
올라 오는 감동이나 무시로 생각날때마다
환한 미소가 피어 오르게 하는 즐거움이나
잊고 있다가도 서로의 조용한 이야기에
실리는 순간 그래그래! 라는 공감을 주는
그런 많은 모양의 느낌들이 더이상
피어 오르지 않을때

난 그걸 흔적이란 단어들로 남겨 놓고는 하지.

 

결코 추하거나 내게서 털어 버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쁘기도 한 그런 것들이지만
내게 더이상의 감동이나 느낌을 줄 수 없는
그저 단순한 정보로만 남겨질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 기억을 되돌려 또렷하게 생각해 내어도
여전히 그런 일이 있었구나 라는 정도의
회상만 가능한 그런 것들을 흔적이라 하지.


 

추억이라고 하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것 같지만
아주 가끔 생각나게 되어 찾아지면
이전의 기억과는 또 다른 예쁜 모습으로 변했기도 하고
조용히 있는것 같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느낌을 주기위해
같은 모습이면서도 푸릇한 생동감이 돌고
시간의 장단에 관계없이 아주 사소한 움직임에도
가슴이 콩콩 뛰는 설레임을 주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도 잠시 스치듯 기억나면
바로 마음이 달려가고

비가오면 빗방울에 낙엽이 밟힐때 들려오는
거칠지만 부드러운 사각 거림에
조용한 카페에서의 헤이즐넛 커피향에
그냥 틀어 본 라디오 에서의 노래 가사에
눈가에 얼핏 스치는 물기가 보여지며

햇살이 따가우면 따스함에 휴대폰에 띵똥 거리며
보여지는 문자에 무지하게 바쁜중에도 띠리링 울리는
전화소리에 보이는 눈에 익은 전화 번호에
단 한번 함께 한 장소 였음에도 우연히 같은
장소를 지나게 될때에 입가에 슬며시 번지는 미소 같은것

 

그럼으로 인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늘 내게 푸근함만을 주는
그런 것들을 추억이라 하지.

 


무심이라 하지.

 

그런일들이 있었던 기억도 있고
또는 기억에도 없고
가슴을 따라 흐르는 눈물이 눈가에 고이는 일도 없고
입가에 살며시 번지는 미소도 없고
그냥 그런가 보다 라며 남의 일처럼 보여지고
아주 예쁜 모습으로 변한걸 보아도 별다른 느낌도 없고
그러거나 말거나 내 바쁜 일상이 항상 우선이고
혹간 연결이 되어 내게로 다가와도 마음이 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움이 생겨나 밀어 내 지지도 않고
그런 걸 무심이라 하지.

 


거짓이라 하지.
 
난 무심할 수 있어 라며 수없이 되뇌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자신의 추억에 남겨져 있음을
알면서도 부인하고 그것을 애써 내 살아가는 동안
만들어진 또 하나의 흔적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거짓이라 하지.


무엇보다도 더 반짝이는 보석으로 남겨지길 원하는
내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난 별로 신경 안써라고 말하는
내 마음도 거짓이라 하지.

 

오랜 시간뒤에는 이루어질 것이야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는것 만으로도 만족해 할줄 안다며 하루하루가
일년같은 느낌으로 일상을 보내는 내 마음 역시 거짓이라 하지.

 

무심함이 길어지는것 같은 느낌의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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