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전 고기를 전문으로 파는 지금의 독산동 우시장에서
테이블 몇 개 놓고 시장사람들의 시장기를 달래주고
하루일과가 끝난뒤의 피로를 풀어주는 술국을
따끈하게 끓여 파시던 그분.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여전히 테이블 몇 개 없다는 ㅜㅜ
몇 개냐 꼭 묻는 분들이 계시니 일곱개라 대답 할수 있겠다.
그러나…
30년동안 끊임없이 찾아 주시는 단골손님들이 많아
이제 그만 쉬셔도 되지만 문을 열고 그분들께 드릴 음식을 준비하시는…
도대체 뭐냐고요?
그리 오랫동안 사랑받는 음식이요.
순대국.
서민들의 애환과 늘 함께 해 왔던 순대국이지요.
이름도 특이합니다.
오시는 서민 모든 분들을 귀빈처럼 모시는
귀빈 순대국!

싹싹하고 상냥하며 잘 준비된 서양식 귀빈대접을 하는게 아니라
맛으로 귀빈 대접을 해 주시는 곳이랍니다.
접대의 방법으로는 그냥 서민인 곳이지요.
싹싹하고 상냥한 웃음은 아니지만 뚝심 있는 맛에 대한 자부심
절대로 나쁜 식재료는 쓰지 않는다는 철학.
그것으로 오시는 분들을 귀빈 대접해 드리는 곳이랍니다.

벽을 보니 단체석이라 쓰여진 안내문이 보입니다.
크지않은 공간에서 자리다툼이 일어나니 미리미리
양보해서 앉아 달라는 말씀이시네요.
코팅까지 한 글이 색이 바래가고 있습니다
꽤나 오래전에 붙여 놓은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지요?

내부 전체의 모습입니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
맞지요 일곱 개의 테이블?
돈이 없어서가 더 큰 곳으로 옮기시지 않는 것이 아니시랍니다.
찾아 주시는 단골 손님들을 위해 열어 놓는지라 더 이상
확장을 할 생각이 없으신 거랍니다.
때문에 뒷이야기로는 처음 오시는 손님은 불친절하다
느끼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것쯤이야 자랑할만한
맛으로 눌러 지고도 남는가 봅니다^^
지금 시간은 점심시간이 확 지나버린 아주 어중간한
토요일 오후랍니다.
덕분에 자리 다툼 없이 잘 먹을 수 있었지요.

순대국밥 집엘 왔으니 순대국밥을 먹으면 됩니다.
그래서 메뉴를 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남겨 봅니다.
가격표가 티가 납니다.
무슨?
고친 티!
내린 것은 아닐 테고 오른 가격을 붙여 놓은 것 인대
그래도 다른 곳이 돼지 파동 이후 올린 가격보다 쌉니다.
요기서 잠깐!
그냥 순대국밥을 시키면 보통이 나오는 건 당연한 거고
특을 시키면 색다릅니다.
아쉽게도 저는 그걸 못보고 그냥 보통을 먹었네요.
특에는 보통과 달리 고기종류가 더해지고 양도 많답니다.

따로 밥을 주지 않는다고?
맞습니다.
보통 순대국밥 집들이 공기밥을 따로 주는대
이곳은 말그대로 국밥이니 아예 밥을 뚝배기에 함께 줍니다.
물어보는 이들이 많으니 인쇄해서 적어 놓은거랍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밥그릇이 따로 없고
밥이 부족하면 그냥 떠다가 뚝배기에 말아 줍니다.

설렁탕이나 해장국이나 특히 잡내가 날 수 있는 순대국에는
이 깍두기가 많이 중요합니다.
이 녀석의 맛이 어떤가에 따라 맛 좋은 순대국도
질이 떨어지는 맛없는 순대국으로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일단 눈으로 보아도 합격입니다.
얼마전에 먹은 순대국집은 이 깍두기가 형편없어
순대국이 맛도 맘에 안 들었거든요.
이건 쪼잔하게 자른 깍둑 깍두기가 아니라
한입에 다 안들어가고 한번쯤은 베어물어야 하는 크기의
석박지 같습니다.
무를 깍둑 썰기 해서 양념해 무쳐 놓은게 아닌 무를
절이기도 하고 눌러 주기도 하는 과정이 필요한 공을
들여야 낼 수 있는 시원함과 쫄깃함이 진국입니다.

깍두기도 깍두기지만 이 양념장이 대박 이네요.
새우젓, 청양고추,통마늘 저민 것,고춧가루 에다가 이곳만의
전남 어디 유명한 젓갈이 들어가는 걸로 압니다.
그냥 새우젓만 덜렁 준비된 곳과는 이 맛을 비교하시면 절대루 안됩니다.
그건 이 양념장에 대한 모독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있습니다. 다른거 엄떠요 ^^;
그러나 다른 것 찾고 싶은 생각 전혀 나지 않았고요.

자~ 나왔습니다. 보통 순대국이지요.
밑에는 밥이 깔려 있고 위에는 다데기가 있네요..

여기에 비교불허인 양념장을 넣습니다.

뜨거운걸 잘 못먹는 저는 접시에 덜어 먹습니다.
요기서 잘 보셔야 합니다.
뭐가 틀릴까요? 일반 순대국집과 귀빈 순대국집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귀빈 순대국에는 재료가 부족합니다 ㅜㅜ
이 무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입니까?
더 주어도 부족한대 덜 주다니요.
그러나 사실입니다.
귀빈 순대국에는 머리고기도 없고, 염통도 없고
곱창도 없습니다. 그저 있다면 딱 하나
오소리 감투가 있을 뿐입니다.
물론 약간의 내장이 있을수도 있지만요^^
오소리감투? 이건 또 무슨 오소리가 감투 쓴 이야기?
공부하지요.
오소리 감투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들은 얘긴데, 돼지를 잡을 때, 주의를 소홀히 하면 그 부분의 맛 좋은 고기가 자꾸 어딘가로 사라져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고 합니다. 돼지를 도살하여 잔치를 치루던 시절에 여러사람이 달라붙어서 돼지 털을 손질하고, 내장을 씻고, 고기를 단도리하던 중에 늘 발생하는 분실 사고랍니다.
그 부분이 바로 돼지의 위장으로, 쫄깃하면서 구수한 맛이 나는 아주 맛 좋은 부위인데, 돼지 한 마리에 그 위장은 한 개 뿐이므로 서로 차지하려 덤볐겠지요. 그 이름이 '오소리감투'가 된 것도 한번 사라지면 도무지 행적을 알 수 없다는 비유이며, 오소리라는 짐승이 굴 속에 숨어버리면 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나타나지 않는 특성과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이 마치 벼슬 자리를 다투는 모습과 흡사하여 '감투'라는 별칭이 더 붙었나 봅니다.
돼지 위장의 겉 모습도 두툼한 빵떡 모자와 흡사하므로, '오소리 감투'라는 별칭이 잘 어울린답니다.
출처 : http://paranmagic.tistory.com/tag/%EC%98%A4%EC%86%8C%EB%A6%AC%EA%B0%90%ED%88%AC
공부 되었지요?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르게 없어져 버린다는 가장 맛있는 부분.
그 부분으로 꽉 채워진 순대국밥이 귀빈 순대국밥의 비결 이었답니다.

함께 간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조카 녀석도 좋아 하는 표정입니다.
저 녀석 웬만한 맛으로는 저런 표정 절대로 짓지 않거든요^^
맛은? 맛을 이야기 해 주어야지 이사람아!
깜박 했네요. 죄송 ㅜㅜ;
순대국 많이도 먹어 보았지만 이런 맛은 처음입니다.
한입 처음 수저를 뜰때엔 구수하다
고기를 씹을때의 맛은 이렇게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할 수가
다 먹고난 다음, 이 맛이 제일 중요한대요.
대부분의 순대국은 먹고 난 다음에 오는 엄청난 포만감에
살짝 입안에 남는 느낌이 끈적함 이었는대
귀빈 순대국의 맛은 맑은 콩나물국을 먹은 깨끗함 이었습니다.
뼈와 고기로 육수를 내고 기름기 비교적 적은 오소리 감투가
대부분인 순대 국이라지만 이리 깔끔할 수가 없습니다.
맑은 콩나물국을 먹고 난 느낌의 깔끔한 순대국.
포만감도 기분좋은 포만감으로 마무리 되는 맛이었네요^^
만족스럽게 잘 먹고 나오며 사장님께 물었습니다.
지인에게 맛있단 이야기를 듣고 찾아 오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귀빈순대국이 또 있던대 거긴 어딘가요?
아~ 거긴 우리 딸 내미가 하는 곳이지.
거기도 잘해. 나보다는 못하지만~

말끝에 손에 쥐어주신 명함 입니다.
장소를 물어보니 궂이 이곳까지 오지 않아도 좋을 거리인
집 근처 네요.
맛이 같다면 앞으로는 이곳으로 먹으러 가야겠어요
사장님 아니랍니다. 사장님이 더 맛나게 하신답니다^^
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저녁도 순대국이당~
참…
순대국 좋아하는것도 병입니다.
기어코는 저녁시간에 또 왔습니다.

이름은 다릅니다.
부모님의 그림자에서 벗어 나신건가 봅니다^^
백억 순대국, 옆에 뭐가 붙어 있지요?
뼈 해장국과 족발도 특이하게 잘 한답니다.
그러나 저는 순대국입니다.
앞의 쓴 내용, 즉 부모님의 방법과 다른점 거의 없습니다.
아! 있네요. 남자들은 많이 먹는다며 뚝배기 가득히 넉넉히 양껏
퍼 주셨네요^^
절대루 사양하지 않습니다. 주신 성의를 무시하면 안되니까요.
맛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머님 순대국이 맑은 콩나물 국이라면
따님의 순대국은 약간 더 찰지다는 느낌이 옵니다.
더 부드럽고 찰진…
이걸 뭐라 표현 해야 할까요?
이유가 있는가 봅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머님의 30년을 이어 오신 누구에게 내 놓아도 꿀릴 것 없는 그 맛.
거기까지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딱 하나.
이것이 다릅니다.
밑반찬.
있지요? 뭔가?

맞습니다.
부추입니다.
전남에서 가져온 젓갈로 맛을 낸 시골 부추입니다.
저건 돼지 국밥에 주로 넣어 먹는걸로 알았는대
순대국밥에 넣어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힙니다.
부추 다듬는거 아주 귀찮은 작업인줄 알면서도
한 접시 더 부탁해서 먹었습니다.
어머님의 순대국보다 약간 더 걸쭉한 그 순대국에
따님의 손으로 만들어진 비법(?)이 담긴 부추를 넣어 먹으니
그 맛이 또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하루에 두번이나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는 어머님의 순대국과
따님의 순대국. 어느것이 더 낫다 아니다를 따질수가 없네요.
30년의 세월을 우시장과 함께 해온 어머님의 손맛과
변함없이 같은 맛을 지켜낸 어머님을 자랑스러워 하는
따님이 지켜내는 순대국.
귀빈 순대국과
백억 순대국이
그들은 맛을 지키는 사람들로 우리는 그 맛을 잊지 않는 사람들로
더 오래도록 기억되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두 곳을 찾아가는 방법은?
인터넷의 지도서비스나 네비 찍으심 됩니다^^
귀빈 순대국
서울 금천구 독산2동 1055 02-805-8679

백억 순대국
경기도 광명시 소하 1동 47-1 02--898-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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