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로운 사랑

2011. 5. 24. 02:39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일상에서 숨을 쉰다는 것.
그 숨이라는 단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그러나...
살며 마지막까지 남을 그 소중함은
길을 걸으며 발에 채이는 흙보다도 더
가볍게 잊혀지고 없다.

 

잊혀진 소중함 이라니...
소중한것이 어찌 잊혀질 수가 있으랴.


잊혀진것이 아니라 눈앞의 것에만 눈길두는

멍청함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의

天形을 짊어진 모습 때문이리라.


처음...
사람들이 귀를 귀울여 들은 소리 '사랑'은

일년내내 꽁꽁 얼어붙어 아무것도 생겨날 것 같지 않은 凍土를
바람결에도 부러질것 같은 여린 몸뚱이로 밀어내고 나오는
어린 새싹의 모습을 보았을 때처럼

 

길고 긴 비가, 지겹다 못해 원망스러워진 농부가 구름을 밀어내며
고개를 내미는 햇살을 보았을 때처럼

 

진한 가을볕에 농익어 툭툭 터지는 소리내는 바닷가

해풍 맞고 자란 포도가 펼치는 바다 향기를 맡았을 때처럼

 

엄마의 품에서 배를 채우고 잠든 아이의
쌔근 거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처럼

 

블로그 게시판에 남겨진 낮잊은 친구의 글을 읽을 때처럼

 

늦은 퇴근길, 겨운 다리로 길을 걷다가 골목길 한켠
아직 불꺼지지 않은 유리창 너머로 새어 나오는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한껏, 설레이고
한껏, 편안하고
한껏, 즐거운 맑은 기운 일어나
땅을 밟고 서 있지만 허공에 동동 떠 있는것 같은
아찔한 현기증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말 이었을 거다.


사람으로 불리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 크기가 가늠된적 없이  깊이깊이 담아두고

오직 한사람에게만 진정으로 들려주던 단어

 

'사랑'

 

그 '사랑'이...
그 오랜 시간동안 단 한번도 무너지지 않고 지켜져 왔던 '사랑'이
흔해지고 색이 바래고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펑튀기의 가루처럼
부서지고 있다.

 

진한 그리움으로, 애타게 갈망하여도
평생 한번 만나기 어려웠던 '사랑'이란 말은

그저 고개 한번 돌리는것 만으로도 수도없이 만날수 있다.

 

한 공간 너머의 TV화면 속이나 손가락 움직여 켠 라디오에서나
책방 가득히 꽃힌 잡지책 어디에서나 심지어는 술자리에서의
아무 생각없는 시간속에서도 '사랑'이란 단어는 튀어 나온다.

 

그리도 절절한 심정으로 그리워하던 '사랑'

그 '사랑'이 어찌 가슴 벅차지 않으랴.

 

14개로 짝지워진 빠닥하게 강한 갈비뼈를 부수며
가슴깊이 감추어 둔 심장이 튀어나올것 같은
격한 벅참으로 만나지 않을 수 있을까?

 

허나...
내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사랑'은 결코 짙은 향기로움도
은근한 향기로움도 벅찬 감동도 아니다.

 

내 일상에서의 '사랑'은 겨우내 덮었던  두툼한 솜이불을
한켜한켜 일으켜 세울때 날리는 먼지하나보다 더 가볍고
많이 쳐 주어도 곤한 몸 뉘어 잠들때의 눈꺼풀보다 무겁지 아니하다.

 

그런...
평생을 두고 기다려 왔던 '사랑'이 아니라 모습만 같을뿐인
평생의 기다림을 허망하게 깨뜨려 버리려는 유혹일 뿐이다.

 

'사랑'은 더 이상 거짓된 '사랑'에 의해 부식되고
발 뒤꿈치의 각질처럼 부서져서는 아니되는 것.

 

아무리 흔하게 일상에서 만나져도 여전히 버거로운 설렘을 안겨주고
가슴이 터질것 같은 벅찬 충만감을 주는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을 이해 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감동의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믿고
그것을 지켜줄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나는 끝없이 지켜 나가야 할 버거로운 '사랑'이라 한다.

내가 지켜내고 있는 ''사랑'이 그런 '사랑'이다.

 

'읽을꺼리 > 가슴속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든...  (0) 2011.05.27
차 한잔의 즐거움  (0) 2011.05.24
인연  (0) 2011.05.21
아직 그리지 못한 풍경은...  (0) 2011.05.21
참 긴시간...  (0) 201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