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2008. 8. 7. 10:19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아직은 손 끝에 닿는 바람이 차다.


햇살 닿아 포근함이 함북 느껴지는 붉은흙도
포도밭 이랑 사이에서 느끼기에는 시리다.

 

아직 깊은 그늘 구석에 잔설이 남아 있을무렵부터
녀석은 나와 얼굴 맞댈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빛이 가득히 뿌리고 지난 거친 포도나무 줄기에는
세상이 궁금한 새순이 보랏빛 얼굴을 내밀고
연어알처럼 통통 거리는 알갱이들을 뿌려내며
내 손길을 잡아 당겨 반가워 하기를 두어달

 

고운 빗방울 반짝이던 이른 여름 날에는
보랏빛 새순의 수줍음을 벗어 버리고
미끈하고 뽀얀 자태를 낭창 거리기다가

 

뜨거운 열기 가득한 한여름 내내
작은 알갱이에서 엄지손톱만하게
탱글거리는 몸을 뽐내더니

 

아직 그 뜨거움 채 가시지 않았는대
저리 고운 빛으로 설레게 한다.

 

내내 함께 하여 왔지만
늘 새로운 설레임을 주는 녀석..

그 녀석의 이름은 "바다향기" 이다^^

 


포도밭에서 갓 따낸 포도송이들을 상자에 담아
한곳에 모아 놓고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골라내고 나면
이렇게 조금은 작다 싶고 조금은 못 생겻다 싶은 녀석들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남겨지게 된다.

 

그 녀석들 중의 한 녀석이다.
이른 봄부터 한 여름까지 나에게 굵은 땀 방울을
마구 흘리게 했던 녀석이라지만 땀 방울이 눈동자로 흐를때의
짜증스럼을 한번에 탁! 하고 털어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바로 그녀석이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사랑스런 모습이 만만치가 않다.

번쩍 들어 올려 사진한장 찍어준다.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지금의 그 모습을
기억해 두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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