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2005. 8. 17. 14:54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짚으로 엮은 지붕.
나무로 받쳐진 기둥.


그리고,
그리로 마지막 남은 몇 안되는 잎새를
삐죽이 내민 나무...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짚으로 엮어진 지붕의 처마에는
눈부시게 투명한 고드름 몇개 열릴게구...

 

기억을 더듬어 보면
햇살 따사로운 어느 겨울날
눈부시게 반짝이는 고드름을 따내어
손이 발갛게 차가운것도 모르고 칼 싸움도 하고
아무 맛도 더 하지 않아 마냥 차갑기만 하여도
참 맛난 먹거리로 즐거워 하기도 하고

이도저도 귀찮아지면 차가운 바람정도 막을 수 있는
처마밑에 쭈그리고 앉아 꼬박꼬박 조을다가
햇살에 녹아 내리는 고드름 투명한 모습에
다시 졸음을 깨기도 하고...

 

사람의 기억은
지나간 것들을 묘하게 이곳저곳에 심어 놓았다가
별거 아닌 모습에서도 봄날 목련꽃 피듯이
환하게 피어나게 한다는 것을
이제사 안것도 아닌데
지붕끝자락 벌써 푸석푸석 먼지나는 초가지붕옆에서
떠날 준비를 하는 나뭇잎 몇개에서 찾아 내게 한다.

 

내 언제 기회가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아 올지도 모르지만
설령 찾아진다 해도 내 눈에 내 기억에
심어질 이 모습들은 같은 모습으로 남지 않겠지만

예전같지 않은 내 맘은
남겨 놓고 싶어 진다.

 

혹여라도 내 기억에서 조차 기억되지 않을 것이
염려되어 이렇게라도 남겨 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함은
가고오는 계절마다 가슴을 파고드는 감성도 있겠지만
내 마음이 거칠어져 곱고 이쁜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들을
더 이상 곱고 이쁜 모습으로 보지 않을때가 올까싶은
스스로의 생각에도 자신감이 사라진 내 모습 때문이다.

 

가을이란 계절은 매번 한번씩
이렇게 채 추스리지도 못한 마음에
허허로운 가슴을 남겨 놓은채
달아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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