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와 [웬일]

2006. 8. 10. 16:14배울꺼리/우리말이야기

글쓴 이: 리 의도(춘천교대 교수)



"왠지"와 "웬일"

평일 오후에 한 익살꾼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나도 간혹 그 방송을 접하곤 하는데, 아마 젊은이들 사이에 꽤 인기가 있나 보다. 그 중에 "오늘은 웬지~"라는 순서가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 순서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마뜩하지 않지만,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까닭은 바로 "오늘은 웬지~"라는 바로 이 순서 때문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 방송 언어를 관찰해 보면 진행자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전화 출연자들이 [웬지]라고 발음한다. 발음하는 것으로 볼 때에 표기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발음과 표기를 다 같이 왠지라고 해야 한다.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서 된 말이다. '누구+인지, 어디+인지, 언제+인지' 들이 줄어서 각각 "누군지, 어딘지, 언젠지"가 되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왠지"의 문맥적인 뜻은 "왜(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도가 될 것이다.
[왠]과 [웬]의 발음은 아주 비슷한데,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는 [왠]을 발음하기가 좀더 까다롭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왠]을 제대로 발음하려면 [웬]을 발음할 때보다 입을 좀더 벌려서 발음해야 한다. [왠]을 발음할 때의 입 벌림 정도는 [ㅐ]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
"웬"과 관련하여 기억해 두어야 할 사항을 알아 보자.
웬이란 낱말의 품사는 관형사이고, 그 뜻은 '어떠한', '어찌 된'이다. 왠과는 의미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품사가 관형사이므로 여러 명사 앞에 두루 쓰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띄어 써야 한다.

(1) 어제는 회사로 웬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2) 웬 차가 이렇게 많으니?
(3) 아니, 이게 웬 떡이야?
(4) 바로 그 자리에 웬 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
(5) 저 사람이 오늘 웬일이지?

그런데 (5)에서 보다시피, '웬+일'은 두 낱말이 붙어서 별도의 낱말(합성어), 곧 명사로 독립된 낱말이 된 경우이므로 붙여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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