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연서...

2011. 10. 21. 00:20읽을꺼리/편 지

 

 


지난 늦여름
파스텔 톤 선명한 색으로 치장된 어느 마을 한켠엔
역시 파스텔 톤의 꽃들이 하나가득 피어 있었다

 

뒷짐지고 마실 나서듯 나선 걸음이 아니라
치열함이 가득하여 터질것 같은 머리속의 생각들로 인해
도망치듯 나선 길에서 만난 녀석들의 모습은

 

내가 왜 길을 나섰는지
내가 어디를 가고자 하였는지를
생각하게 놓아 두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진한듯 진하지 않고
흐린듯 진한 형태의 녀석들은
그저 느낌으로 곁을 내어 주었다

 

수십년의 시간을 종이를 반으로 접듯
반듯하게 접어 버리니
내 잊었던 시간들의

 

행복했던 느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 온다
삶의 치열함을 알수도 없었지만 알 필요도 없었던
그 접혀진 시간속에 남아 있는 기억들은

 

한없이 따스하고 평온한 기운만 가득하여
또박또박 정성스레 스윽스윽 지나간 흔적을
글로 남기는 연서를 쓰게 한다

 

잠시의 순간
아주 잠시의 순간만을 허여했던
파스텔 톤의 기억이지만

 

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치열함으로 뜨겁게 달구어진 머리를
잠든 아이를 토닥이는 손길처럼 부드러운 느낌으로 남겨준다.
아주 잠시의 순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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