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였지?
기억조차 가물거리네요.
그가 이리 말했던거 같습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그의 생각대로 남으로 창을 내었던
여의치 않아 북으로 내었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가 어떤 창을 내었던
그라면…
이리 창을 가리우게 놓아 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남으로 창을 내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향이던 북향이던 환하게 들어오는 빛을
두려워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사람의 창에는 이리 설기설기 늘어진
그림자 가득한 가시들이 자라도록
눈을 감지 않았을 테니까요.
내게도 한때는 남으로 창을 내려는 마음이 가득하였지만
언제적 이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그때부터
빛을 가리고 창을 막아 선 저들이
낯설지 않고 편안한 일상으로 늘 곁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늘어 난 것을 알지 못하고 처음부터 그랬으려니
처음부터 그랬으니 딱히 불편할 것도 없이
조금씩 늘어 나는 녀석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네요.
빛이 들어오지 않아도 창이 열리지 않아도
그것이 그런 것 이려니 하면서요…
가끔, 아주 가끔은 ...
이 어둡고 치렁치렁하고 거친 잎과 줄기들이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저, 가끔일 뿐 일상은 다시
그 치렁치렁한 녀석들이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곁을 차지하고는 빛을 가리고 문을 닫아 버리네요.
산다는 건 그렇게 적응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을
적응하며 살게 만드는 묘한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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