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차

2008. 4. 14. 17:26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손 끝에 물들어 온다.


따스함은 그저 손에 닿는 느낌으로가 아니라
발갛게 물든 홍매화의 빛으로 물들어 온다.

 

아른거리는 훈김 일어나고
코끝을 살랑이는 향기로 보여지는

녹차잎 스친 찻잔에

 

겨우내 애틋하게 얼려두었던

못내 피우고팠던 매화 한송이 띄워 놓으니
꽃으로 피어난다.

 

겨우내 꽁꽁 얼어 붙어 피우지 못하였던
하늘거리는 천잠사의 보드라움으로
활짝 피어 오른다...

 

.

.

.

 


차를 한잔 받아들었답니다.

 

받아 든 차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려 하니
잠시 손길이 지나가더랍니다.

 

김이 오르는 찻잔에 지난해에 채취해 보관해두었던
채 피어 오르지 않은 매화꽃 한송이를 띄우니
은근한 향을 피워내며 꽃잎이 벌어 지더랍니다.

 

한해내내 꽃으로 피어나고픈 깊은 마음을
흘러도 한참이나 긴 시간을 흘려 보내고 나서
꽃은 피어 올랐답니다.

 

차 한잔을 앞에놓고 만난건
그윽한 향과 따스함 만이 아니라

실로 오랜만에 만나진
잔잔한 평화로움 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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