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창을 열며...

2006. 2. 11. 09:56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계절 하나를 보내려 한다.

 

곱은 손가락 호호 불며
이리뛰고 저리뛰며 신나하던

얼음 꽁꽁 얼어 붙은 저수지의
철사줄로 미끌어지는 외발 썰매와

 

연탄재 팍팍 부수는 어른들의
심술이 마냥 미워 지기만 하는
함박눈 펑펑 내린날의 골목길
비닐푸대자루 미끄럼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 그런 겨울은 아니었다.

 

아침에 눈뜨면 예전처럼 자신감 펄펄 넘치는
하루의 한달의 할일이 병풍처럼 좌악 펼쳐지는
그런 날들보다는 오늘은 무슨 상상 불가한
별스런 일들이 있으려나 염려되는 그런
스산함만 가득한 겨울을 보내려 한다.

 

마음을 한껏 열고 봄을 이야기 한다하여
일상도 따스함이 채워지지는 않겠지만
마음만이라도 그리 하지 않고는
보내지지 않을것 같은 그런 계절을 보내려 한다.

 

이른 아침.
창을 열기에는 아직 이른,
그 헛헛하기만 하였던
계절의 이른 아침에


활짝 열어 버린 창문에서는
차가움보다 먼저 내게 다가서는
따사로운 햇살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이제 온 몸 동그랗게 말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던 따갑기만 하던
계절을 보내며 텅 비워 버린 내 마음은

 

초록의 새순과, 빛망울 가득히 퍼지는
따사로움으로 오롯이 담겨질 것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포근하기만 하다.

 

지나간 추억하나 기억해 내지 못했던
별스레 추웠던 계절.

 

그 계절 하나를
이 아침 창을 열며 보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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