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2005. 11. 29. 12:11읽을꺼리/마음에담은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사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이 풀 뜯고
길 소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읽을꺼리 > 마음에담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편지 / 황동규  (0) 2005.11.29
저녁에 / 김광섭  (0) 2005.11.29
호수 / 정지용  (0) 2005.11.29
산이 날 에워싸고 / 박목월  (0) 2005.11.29
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0) 200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