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놀이
류선열
선생님!
우리에게 짝짓기놀이를 시키지 마셔요.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셋'하면 세 사람씩, '다섯'
하면 다섯 사람씩 짝을 짓는 그런 놀일랑 시키지 마셔요.
선생님은 오늘 짝짓기놀이를 시키셨어요.
우리는 멋모르고 손에 손을 잡고 돌다가 호루라기 소리가
나면, 높이 쳐든 선생님 손가락 수만큼 짝을 지으며, 바보
처럼 밀려나는 아이들을 놀려 주면서 신이 나 있었어요.
그런데 짝이 모자랄 때는 괜찮았지만 남을 때가 문제였어요.
선생님은 교묘하게 손가락을 쳐들어서 몇 아이는 꼭 밀려나기
마련이었고 우리는 벌칙을 받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친구들을
밖으로 떠밀어내야 했어요. 그러나 힘에 부쳐 밀려난 아이는
당겼다 놓은 용수철처럼 다시 달라붙고 우리는 또다시 밀어내
고......, 마지막엔 빈 껍데기만 남아서 가슴 속에 눈물이 고이
는 줄도 모르고 그저 정신없이 친구들을 밀어내야 했다구요!
선생님!
이제부턴 친구를 밀어내야 하는 짝짓기놀일랑
시키지 말아 주셔요.
♬ Song For Sienna - Brian C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