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맛집 왕성골 순대국
맛있는 순대국집 아니구요. 멋있는 순대국집 이어요^^
제가요~ 순대국을 무척 많이 대따 좋아 한다네요
아무거나 다 맛있게 먹는 게걸스런 막입이지만 맛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있어요
맛은?
맛있어야 한다. 보기 좋아야 한다. 좋은 기억이 함께해야 한다.
제가 맛있다를 넘어서 멋있게 맛나다라는 느낌을 가질수 있는 기준이고요.
그 멋있게 맛있는 순대국집이 기억 났답니다.
푸짐하게 끓어오르며 구수한 향까지 내주는 뚝배기에 담긴
순대국도 좋았지만 며느리 딸내미 아들내미 할것없이 온 가족이
하나되어 서로에게 보여주는 웃음속에서 흐르는 정겨운 모습이 흐르는
식당안 분위가 좋았고 그릇을 깨끗하게 싹싹 비우고난뒤에 마당에 나와
함께 갔던 사람들과 나누었던 맛있다! 라는 기억이 좋았던 곳이었지요.
미국에서 15년을 살다 귀국한 처남과 함께 그 집엘 갔고 그리고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던 그 순대국밥을 시켰습니다.
먹고난 뒤의 제 그릇인대 추저분 하지요? ㅜㅜ

제 먹거리 사전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맛있는거 남기기 없기!
양이 아무리 많아도 남기지 않고 배가 빵빵하게 될때까지 먹다먹다 안되면 쉬었다 먹더라도 국물까지 싹싹 먹어야 하는게 제 먹거리 사전에 적혀있는 맛있는 거 먹는 매뉴얼 인대요
그 원칙을 어겨본적? 기억에 없네요.
그런대 그 원칙을 어기고 저리 남겨 버렸고 제 기억에 기록되어져 있던
멋있는 순대국집이란 태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요.
그 원칙을 어기게 된 이유요? 있지요. 그럴만한 이유가요...
이곳이 잠깐 그런것인지 아니면 계속 그럴것인지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중요한건 이곳도 지켜야 할 원칙을 어겼다 싶은 제 속좁은 편견이 생긴건...
순대국은 두가지의 맛을 꼭 지켜 주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고 그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지게 맛을 낸 곳이 이곳이었는대 그 두가지의 맛이 사라져 버렸고요.
두가지의 맛은 첫번째 육수 두번째 고기 입니다.
순대국이라 하지만 순대가 절대적인 맛의 평가를 내는대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생각하는대 편견이긴 하지만 전체 순대국에 네다섯개 들어가는 당면순대나 야채순대가 순대국의 맛을 좌우지 하지는 않습니다.
5000원이던 가격이 6000원이 되고 그것이 또 7000원이 된것은 그닥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재료값이 올랐으니 그래도 되는것이구요.
그러나... 가격은 올리고 재료는 적게 쓰거나 원래 제 기억이 간직한 맛난 재료가 아닌 다른 재료를 썻더랍니다.(물론 제 기준입니다-사장님께서 이것도 좋은것이다 강변하신다면 공산품처럼 딱딱 수치에 맞는 기준이 없는 순대국을 놓고 맞다 아니다를 따질수는 없겠지요.)
첫번째 육수의 맛이 달라졌습니다. 이제까지 먹었던 그 구수하면서도 입술이 달라붙는 진득함이 있고 먹고난뒤에도 잠시간 여운을 남기는 맑은 구수한 맛이 사라졌습니다.
두번째로는 순대국 맛의 정상에 서있는 육수와 서로 쌍벽을 이루며 맛을 내는 고기의 변화 입니다.
그때의 화려한 순대국맛을 기억해내며 한 수저 떠 넣은 국물 맛에서 실망해버린 마음을 달래려 고기라도 라는 생각으로 젓가락질을해서 입에 넣은 고기는 퍽퍽하고 단단하고 냉동과 해동을 여러번 했을때나는 달뜬 맛이 느껴졌습니다.
혹시나 하고 밑바닥까지 뒤적여 보았지만
순대 다섯개와 같은 종류의 고기 그리고 내장 조금.
함께 간 조카들에게 반쯤 덜어내 준 뒤에도 더 이상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변해버린 순대국.
제 원칙을 깨더라도 더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처럼을 지키자! 결코 쉽지는 않을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지켜낼 때에 얻어지는 것이 훨씬 커다랗고 많다는 것을 되새겨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이곳의 사장님께서는 제 이야기가 많이도 억울 하시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순전히 제 생각이고 입맛이고 유별난 까탈스럼이라 할수도 있겠지만 잠시 생각을 해 보셔서 나쁠것은 없다 봅니다.
정말 1년전과 같은 품질의 재료로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손님들에게 드릴 음식을 만드셨는가를요.
사장님이 변하신것이 아니시라면 사장님께서 매장의 흐름을 주방의 흐름을 관리하시지 못해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지금이라도 다시 살펴 보셔야 할것 같습니다.
저는 다시 그곳을 찾지 않더라도 그곳을 찾는 다른 분들에게 제가 1년전까지 지닐 수 있었던 멋있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맛뿐만 아니라 멋까지 느껴졌던 그곳. 건물은 그대로인대 맛은 어디로 가벼렸는지...

하루에 두번이나 순대국을 먹다니...
처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요.
진짜 멋진 사장님께서 정말 맛나게 하는 순대국집을 안다. 그러니 저녁때 다시 먹으러 가자!
흔쾌히 오케이를 외친 처남과 불쾌했던 속을 달래고 저녁 9시에 다시 만나 걸음을 옮겼고요.
서너달전 늦은 시간에 갑자기 순대국이 땡겨 우연히 가게 된 집인대 그날 이곳 사장님과 나눈 살며의 담소가 떠오르자 그때 먹은 그 순대국맛이 확 살아 나 자신있게 소개를 하게 된 곳이어요.

그날의 기억과 꼭 같은 간판이 보이네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할수 있는 왕성골 순대국.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휘 둘러 보니 소주한병에 술국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시는 어르신과 늦은 하루 일과를 끝낸 젊은 친구가
혼자 소주와 순대국밥을 먹고 있네요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소주를 따르는 소리가 어수선 한것 같으면서도 정겨운 풍경^^

이곳은 TV맛집에 나온적도 없고 그 흔한 파워 블로거들의 맛집 기행에도 언급된적이 없지만
저처럼 멋있는 맛집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꽤 있다는 왕성골 사장님은 절대 모르는 후문입니다.
손님들께 내주는것이 많아 이익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래서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이익을 위해 상식을 벗어나는 마음이 싫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끝에
그렇다고 예전처럼 눈꼴 사나운 것들을 벌떡 일어나 나서서 적극적으로 바꾸어 내는 혈기를 부리지도 못한다는 말씀이
신뢰되지 않는 포장된 헛소리를 내 뱉는 어느 누구의 말보다도 더 진실해 보였습니다.
나부터~ 나부터 올곳이 서 있으려는 마음을 모든 사람들이 갖는다면 사람사는 세상은 참 살기 좋은 세상이 될텐대 그것이 그리 어려운건가? 란 생각도 해 보았네요.
나부터... 나라도... 나먼저...
생각이 어찌 되었든 주문한 순대국이 자리에 놓이네요.

먼저 순대국이나 설렁탕에 필수인 석박지. (동강동강 잘라낸 깍두기와는 비교 되지 않는 크기로 입으로 썩썩 베물어 먹는 즐거움이 큰 반찬이지요)
순대국 뜨기전에 먼저 베물어 보았습니다. 적당히 익어 풍미가 있고 어떻게 숙성 하셨는지 쫄깃함도 느껴지고요. 어떻게 담그셨나 묻고 싶었지만 기업 비밀을 묻는건 실례라 패쑤~

순대국의 밑반찬은 순대국만 맛나다면 따로 필요가 없다 생각하지만 왕성골에서는 이것을 꼭 맛 보아야 하지요.
순대국을 처음 만드실때 맛본 순대국중에 제일 점수가 후한 두개를 선택해서는 그 둘의 장점을 합쳐 왕성골 순대가 만들어 졌는대
그것으로도 부족해 돼지고기의 맛을 극대화 할수 있는 장을 만들어
따로 준비해 먹을 수 있도록 한 왕성골만의 장입니다.
(마늘이나 양파, 고추를 찍어 먹어도 좋지만 이 장은
온전히 순대국의 고기를 찍어 먹기 위한 장이랍니다)
저는 순대국의 고기는 주로 새우젓을 찍어 먹었는대 이 장에 찍어 먹으니 향이 독특하면서도 입안에 감도는 맛이 거의 환상이지요^^

드뎌 나왔네요.
낮에 먹었던 그 실망스러웠던 맛을 잊게 해 줄 수 있을까요?
일단 보암직합니다. 순대국의 기본에 충실하다 못해 과한 구성.
순대+머리고기+특수부위 까지...

정신없이 먹다보니 맛이 기가막힌 고기는 거의 다먹고 순대도 조거 하나 남았네요. 순대국 체인점인 모 순대국집보다 훨씬 더 여운이 남는 맛이 한번에 먹기 아까워 남겨 두었던 것인대 지금도 먹어서 없애기에 아깝단 생각이 드는 순대라네요^^

닥닥 긁어 남은것이 없네요. 조기 마지막 한숟가락의 국물도 사진을 찍고나서 마저 먹었구요.
배가 부르니 이제사 이곳저곳 다시 눈길 돌려 보게 됩니다.

왕성골은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된 체인점이 아니어서 오직 사장님의 손으로만 그 맛이 만들어 집니다.
누구나 다 하는 이야기지만 다른곳이 순대국 끓이는 거품처럼 거품이 들어가 있다면 이곳에서 써 놓은 저 오래된 문구는 거품이 없이 있는것 없다하고 없는것 있다는 말 못하시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믿어지는 문구라지요^^

지난번 왔을때는 더 늦은 시간이어서 사람들이 많지 않아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람사는 이야기부터 하고 싶은 것들까지 쭈욱 이야기를 나누며 중간중간 공감가는 이야기로 고개를 끄덕여 보기도 하고 내 사는 이야기로 공감을 받기도 하며 낸 결론은
전체를 다 바꾸지 못한다면 나부터 바꾸자였고 그 생각은 현재 자신이 무엇을 하던지 지금의 상황에서 나부터 잘해 나간다면 그리고 모두가 그런 생각이라면에서 씨익 웃음도 나누었네요.
맛나게 먹는법에 대한 안내중에 쌈장 이라 된 저 문구 그냥 쌈장이 아닌 사장님의 열정이 만들어 낸 쌈장이구요.
고기도 순대도 새우젓에 찍어먹던 내게 고기는 꼭 이 장에 찍어 먹어보라며 씨익 웃어 주시던 그 쌈장이네요.
멋은... 특히 먹거리에 있어서의 멋은 그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이 정직해야 합니다.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모를거라고 거짓을 양념으로 집어 넣으면 언젠가는
그 거짓이라는 양념은 맛난 먹거리가 아닌 상처가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싶네요.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정직한 재료로 정직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맛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이 당연한 이야기를 조금은 손해보는것 같더라도 그대로 지켜내고 찾아주는
손님들중에 나처럼 꼬장꼬장(?)한 사람에게도 당신 하나쯤
안와도 하나도 안 무섭다라는 거만함을 지니지 말고
이런 손님들이 나를 이 자리에 있도록 해 주신 분이시라는 마음으로
처음처럼 변함없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집이야말로 정말
멋있는 맛집이 아닐까 생각해 본 날이었답니다.
그저 배를 채우고 나서는 집이 아니라 언제든
그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그집.
멋있는 맛집 왕성골 순대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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