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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향기 담은 대부포도

bluecloud62 2011. 9. 6. 08:30

 


바닷가의 아침은 이르게 시작된다.

 

높은 건물에 가리워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건물 사이를 삐지고 나오는 햇살을 만나거나
건물의 유리창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빛을 보는것과는 사뭇 달라

아무것도 가리울것 없어 거침없이 얼굴을 때리는 햇살은
같은 시간이어도 더 이르게 눈을 뜨게 한다.

 

얼굴로 느끼는 햇살은 벌써 해가 뜨고도 한참이나 지난 시간.

키작은 포도나무 이랑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눈이 시리게 깨끗하다.

 

이른봄, 아주 조금의 이슬만으로도 지겹게 올라오는 순을 잘라내고
꽃이지고 좁쌀만한 포도 알갱이들이 매달리기 시작하면
손가락을 그 앙징맞은 동그란 알갱이들 사이에 넣고


적당한 양의 알갱이만 남도록 솎아내주며

하룻밤 자고나면 또 쭉쭉 뻗어오른 포도나무 새순들을
톡톡 꺽어내고를 여러번 반복하고 나면

비로소 좁쌀만한 포도알갱이들은 검은콩만해지게 된다.

 

이때쯤되면 군인들이 허리에 메는 띠만큼이나 넓다란
허리띠에 종이봉투가 담길만한 주머니를 만들어


한 묶음에 백개씩이나 하는 종이봉투를 서너개씩 담고는

전장에 나가는 군인들처럼 비장한 각오로 뜨거운
비닐하우스 안으로 각자 자리를 찾아 들어가

 

이른봄부터 초여름까지 온갖 정성을 다해
토닥여 온 포도송이 하나하나에 봉투을 씌운다.

 

바다향기 가득히 담길 해풍맞고 자란 바닷가 포도나무는
내륙지방의 포도와는 달리 키가 머리를 넘기지 않는 작은 키라

 

열매를 다독이려면 구부리지도 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어야해서 쭉쭉 뻗은 다른 지방의 포도나무가 목이 아프다면
대부도 바다향기 포도는 다리부터 허리 목까지 불편하지 않은곳이 없다.

 

평생을 포도농사에 손이 익은 어르신들은 하루에 삼천장
나같은 어정쩡한 사람은 천이백장을 싸기에도 바쁜 과정이다.

 

그 과정을 겪고나면 여름내 따가운 햇살에 몸을 태우고
깨끗한 초가을 햇살에 탱탱한 볼을 토닥여낸뒤에야

 

그저 밭이랑 사이에 서있는것 만으로도
향기에 취해 버리게 하는...

 

 

 

 

바다향기 머금은 대부도 포도송이들이
콩알만할때 쌓아 놓은 봉투가 쭉쭉 벌어지도록


튼실하게 자라 제 뽄새를 자랑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햇살의 따스함이 더 그리운 이른봄부터
매 순간순간마다 손끝을 스치며 키워온 포도송이들을
따는 날이다.

 

한해중 가장 기분좋게 일을 하는 날이기도 하고~

 

 

 

고개를 숙이고 커다란 포도잎 사이사이에 숨거나
튀어 나와 있는 포도송이들을 따기 시작하면
몇분 되지 않아 바닥에 잘 익은 포도 송이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밭 이랑 사이에 쌓이는 포도송이들을 노란 상자에 담아
외발 리어카에 실어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 기준에 맞는
송이들만 골라 내어 바다향기를 간직하게 될 상자에 넣고~

 

 

 

 

 

포도를 따고나면 중간중간 남겨진 녀석들이 보인다.


알솎음을 하며 잘 자라지 못할것 같은 녀석들은
봉투를 싸지 않고 내버려 두기도 한다.

 

잘 안 자라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이쁘게 자라는
녀석들도 있답니다. 그 녀석들은 새들이 와서
맛나게 먹고 가기도 하고^^

 

 

포도수확이 끝난다음에 정리도 완벽하게
아주 깔끔하게^^


포도의 달폼함에 최대의 적인 과다한 수분을 막기위한
커버도 벗기고 한해동안 자신의 영양분을 최대한 나누어 주었을 땅을
숨쉬게 하기위해 뒤집어 주고 소똥도 주어야 하니 쓸데없는 지저분한 것들을
다 치워서 개끗하게 만들어 주면 하루 일과 끝.

 

요기까지가 포도밭에서 오늘 한 일이랍니다.

저런 이랑을 몇개나 치우고 돌아 나오는 시화 방조제에는
이렇게 빨간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서둘러 나오며 번 약간의 시간을 이곳에서
잘 구운 빵에 계란프라이와 야채를 넣고 만든
토스트와 시원한 냉 커피를 마시며 즐겨 봅니다.

 

일찍 해가 뜨기도 하지만 일찍 해가 지기도 하네요.
하늘 한켠이 빨갛게 물들쯤 자리를 털고 일어 납니다.

돌아 오는 차안에는 바다향기 품은 포도 향기가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