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cloud62 2011. 7. 11. 23:45

 

그래요.

 

퇴근길.
아직은 그리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만 가고
내 발걸음은 부지런히 움직여도
자꾸 뒤로만 밀려나다가

 

늦은 시간.
사람들의 인기척도 잦아들고
이제나 저제나 소주 반병으로
벌써 몇시간째 혼자 궁상 떨고 있는 내가
어서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어색한 웃음 보내주는
포장마차 사장님의 괜한
도마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커지고


나는 마냥 미안한 마음이 일어
이만 일어나야겠다 싶지만

일어나도 갈곳이 별로 떠 오르지 않아
뭉기적 거리다가 일어나 머리가 아닌
발걸음만을 따라 가다가 고개 들어 보니


그곳에 당신이 계셨네요.

 

기억을 되짚어 내니
어느때인가 무한한 열정을 담아
당신을 떠 올리던 그 때가
꽤나 오래전 이어요.

 

그 오랜 시간동안 잊고 있었던
당신의 모습은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구던
그 때의 모습 그대로 이지만
내 모습은 하냥 차갑기만 합니다.

 

모든것은 아니어도
살며의 많은것을 다 잘 챙겨 낼수 있을거라
부끄럼없이 살수 있을거라 알고 있었지만
그리되지 않는것도 있음을 알아가며 느끼는것은
당신이 주시는 포근함이 아닌 입김 날리는 한기입니다.

 

몇번이고 되풀이 되며 느끼는 이 한기도
시간이 가고 자주 보다 보면 그만 무뎌지기도
할것 같았는대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아직은 내게도
따스하고 포근한 것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음이며


아직 내게는
절망이나 좌절이란 말보다는
긍정과 희망이란 말이 조금은 남아 있음 일거랍니다.

 

그런 날.
고개 들어 만나진 당신의 눈길이


참으로 편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