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풍경, 혹은 경종

bluecloud62 2011. 7. 7. 18:25

 

 


 

마음속에
고운소리 담겨진
풍경하나 달려 있어

 

언제든
바람이 일면
마음하나 달랑 얹어

 

맑은 소리
훨훨 날아 올려지는
그런 나였으면 좋겠어요.

 

언제든, 바람일면...
맑은소리 일어나는...
그런 나였으면 좋겠어요...


 


 


 


풍경, 혹은 경종


한껏 귀 기울이고 들어보려 해도 들리지 않는 소음대신
바람이 일고 낙엽이 스치고 천둥소리 같은 산새들의 소리만 들리는 곳.

 

그곳에 보일듯 말듯 지어진 작은 산사 하나.
그 산사의 처마자락에 달린 바람의 친구 '풍경'

 

그렇게 어울려야 좋은 멋드러진 풍경이
편의점 문에 바싹 매달려 소리를 낸다.

 

 

애써 귀 기울여야 겨우 들리고 작은 울림이

끊어질듯 끊어질듯 오랜시간을 지켜내는 울림이 아니라

 

딸랑딸랑 논갈러 나서는 누런 황소의 목에 달린 워낭소리 같은

정겨움이 담긴 소리도 아닌 누군가 바쁜 걸음을 세워 놓은채

 

하루 종일의 고단함을 털어 버리려는듯
와락 밀어 제끼는 문에 매달려 비명같은 소리를 낸다.

  

풍경으로 불러주고 싶은대 그러기에는 참 짧은 비명을 질러대는 녀석은
정겨움이 아니라 겨운 안스럼이 먼저 가득히 차 오른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속에서 녀석의 몸은 벌써 시커멓게 멍들어 있고
그 멍자욱이 짙어지는 만큼, 녀석의 소리는 자지러지는 아이의
울음을 닮아간다.

 

 

잠시 뜸하게 소리를 내는 녀석을 바라보자니 녀석의 모습에

안스럼을 느끼는 내가 아침 안개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나타내는

산자락 커다란 나무처럼 또렷해 진다.

 

아니 나무가 아니라 그 나무뒤에 작은 암자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같은 내 모습이 보인다.

 

딸랑딸랑 맑은 소리를 내며 번잡스럽게 얽힌 생각을
참빗으로 빗긴 머리처럼 가지런히 고르던 그 모습이 아니라

 

지금 내 눈 앞에서 시커멓게 멍들어가며 비명지르는
문에 달려 아우성 지르는 모습으로...

 

 


애초에 태어나기를 문에 매달려 문이 흔들릴때마다
소리로 알려야 하는 경종으로 태어난 그가 안스럼이 아니라
부러워 지기 시작한다.

 

풍경의 맑은 소리를 처음부터 기억하지 못하는 경종은
풍경의 꿈을 꾸지 않기 때문이니 풍경으로 태어나 풍경의 꿈을 꾸던 내가
경종의 모습을 지니고 상아 간다는것이 오히려 안스러워 진다.

 

어쩌면 그저 꿈으로만 끝나버릴 꿈일지라도 여전히 풍경의 꿈을
지니고 싶지만 그 조차 허락하지 않는 내 모습이 참으로 안스럽기만 하다.

 

24시간 365일 내내 비명같은 소리를 내는 경종이 부러워 지는건
애초부터 그리 태어나 그 모습이 자기인것으로 알며 사는 그에게는
내가 꾸는 꿈처럼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지독한 형벌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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