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등을 대고 누운 방바닥이 뜨겁다 느껴지며 눈을뜨면
목덜미와 이마에서 시큼한 땀냄새가 올라와
국민학교 2학년 어린 아이에겐 아직이른
아침잠을 일어나라 한다.
그러나 정작 설잠 깬 눈을 비비며 일어서게 하는건
따끈한 방바닥의 뜨거움이 아니라 매캐하지만
구수한 나무타는 냄새이며
부시럭 부시럭 아궁이로 나무를
밀어넣는 손길이 내는 소리이고
묵직한 가마솥의 뚜껑이 스르렁거리며
밀려 내려가는 소리이며
아직 눈으로 채 확인하지 못하였어도
그 구수함이 아침잠을 버려도 충분히 좋겠다 싶은
소죽 끓이는 냄새이다.
시간에 대한 궁금함은 불요한 아침
오래된 문풍지조차도 깨끗한 눈부심으로 바꾸어버린
새벽햇살이 가득한 문을 슬쩍 밀어 제끼면
지난 밤, 온 세상을 덮어주었던 새카만 어둠은
아직 눈도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보아도
기가 막히게 멋진 풍경이 밀려온다.
여전히 달아나지 못하고 꿈지럭 대는 아침안개며
마당 한쪽에 자리잡은 커다란 감나무 잎에서
떨어질듯 떨어질듯 매달려 있는 이슬의 흔들림이며
제법 먼데까지 소리가 날아가는 중강아지의 짖는 소리며
폭폭 콧김을 내며 다리를 터는 송아지의 모습이며가
이보다 더 잘 그려질 수 없는 한장의 풍경화로 펼쳐진다.
어린 아이의 선잠을 깨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눈꼽을 떼는것조차 잊어버린 아이는 발 바닥에 까실까실한
느낌이 어색한 어제 저녁 큰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짚신에 발을 걸어 나선다.
아이의 관심은 망설임없이 소죽이 끓고 있을 부엌으로
달려간다. 그 곳엘 가면 활활 일어나는 빨간 불꽃이 있고
커다란 수저로 한 술 크게 떠서 먹고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구수한 소죽이 있고 아궁이 앞에서 그저 손짓만으로
불길 활활 일으켜 내기도 하고 부지깽이로 불길을 이리저리
밀어내고 모아내며 뜨거움을 나누기도 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불길을 일으켜 소죽도 만들어내시고
보리쌀 거친 푸석거림을 간장 한 종지 만으로도
커다란 밥주발 하나를 싸악 비우게 맛난 보리밥으로
지어내시고 커다란 가마솥 뚜껑 휘익 뒤집어 들기름
치직거리게 뿌리고 지지미를 구워 내어 소녀같은
웃음을 얹어 내게 건네 주시는 그 어머님의 모습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보이시기 때문입니다...
국민학교 2학년 어린아이의 기억이
이 한장의 사진에서 다시 고스란히 일어나는
아침이랍니다.
숲에서 들리는 한마리 새의 노래소리가
멀리 벌써 일 나가신 큰 아버지의 귀에까지도 들릴것 같은
아침의 단상이 빠다다다당 거리며 아스팔트 시커먼 도로를
달리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 버리는 아침이랍니다.
잠시 빠져들던 지난 시간의 참으로 평화로운 환상을
오토바이의 방정맞은 소리가 깨워버렸지만
어머님의 느낌은 여전히 남겨지는
아침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