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cloud62 2008. 5. 4. 22:19
 

            아무소리도 낼수가 없다.


            바로 옆에는 내 친구가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고...

 

            무엇인지 알수없는 존재가 시퍼런 칼날을 
            내 목에 들이댄채 웃고 있다.

 

            굉장한 공포감과 어울리지 않게

            "너는 곧 평온해 질거야"라는 말을 흘리며...

 

            이마에서는 덥지도 않은데 땀이 흐르고 
            나는 이제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힘으로 
            소리를 지르고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내 목소리는 
            내게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스스로도 깜짝 놀랄정도로 
            초인적인 힘이라고까지 느껴지는 나의 의지는 
            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질 못한다.

 

            그렇지!  몸의 반동을 이용해 보자.

            조금씩 조금씩 흔들다가 한번에 움직여보는거야. 
            하지만 이미 나의 생각을 모두 읽고 있는것 같은 
            그 공포스런 존재는 그저 입가에 미소만 설핏 
            띄웠다가 지울 뿐이었다.

 

            무한대의 시간이 멈춰진것만 같은 느낌. 
            그 느낌에 파 묻혀서도 난 전혀 그 존재가 
            파악되지 않는 내 맘속으로부터 꿈틀거리며 
            솟아나는 뭉클한 현상을 받아 들일수 있었다.

 

            전혀 미지의 세계.

            나의 숨결이 중단되고 내 사고의 세계가 파괴되어 
            그 존재의 가치가 무너지며 그 누구에게도 
            인지되어지지 않게될 그 순간에 대한 두려움.

 

            내가 정말 두려워 하고 있는것은 내 눈 앞에서 
            시퍼렇게 날선 칼을 들고 나를 위협하고 있는 
            저 감정이라곤 절대로 있을리 없는무형의 존재가 아니라 
            저 존재에 의해 내 사고가 정지되고 난뒤에 내가 맞서야 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

 

            내게는 단 하나의 내용도 인지된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세계.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내야할 즐거움보다는 
            고난이 더 많을것 같은 세계. 
            그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벗어나고 싶다.

            아니, 지켜내고 싶다.

 

            -이제까지 내가 만들어 온 내 살아옴의 흔적들을 
            -그 소중함 보다는 다시 또 내 온 몸으로 감내해야할 
            -고단함을 이유로 지켜내고 싶다.....


            친구의 잠든 얼굴은 아직도 평온하다. 
            밖은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가끔씩 
            바람소리만 내고 있고.....
 

            내 잠들기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스럭거리며 주머니를 찾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문을 열고 나서본다.

 

            별빛.

            별나게 밝고 맑은 별빛이 쏟아지고 있다. 
            어릴적 시골집에서 바라본 하늘과 
            똑같다는 느낌이다.

 

            두근 거리는 가슴이 이제야 진정된다.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가끔이지만 
            가위눌림을 당하곤 했었다.

 

            한번 가위눌리고 난 다음의 시간은 상당히 
            오랜동안을 나를 지쳐 일어나지 못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 나는 또 한동안을 잠들지 못하고 
            엉뚱한 일로 밤을 새우기도 하곤 했다.

 

            어느때부터인가 나는 가위눌림을 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끔찍하게도 그 가위 눌림이 
            내 무의식의 세계인 꿈속에서가 아닌 내 일상의 
            생활속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것과 때를 같이 하고 
            있었던 것을 나는 가위눌림을 잊고 있는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위눌림보다 더한 지독한 아픔과 처절함과 절실함을 
            현실에서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나는 또 다른 것을 
            알수가 있었다.

 

            내가 초인적인 힘을 내가며 지켜 내려고 한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만 하는 고단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이제까지 함께해 왔던 내 모든 사고의 세계에 대한 
            -정겨움과 기꺼로움과 그들에 대한 내 사랑의 
            -마음 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후로도  나와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그리고, 만들어져 함께할 어떠한 존재들도 
            내 모든것을 다해 
            지켜낼것이다.

 

            비록 그것이 끔찍한 가위눌림이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