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꺼리/마음에담은시

생명 / 김남조

bluecloud62 2005. 11. 30. 02:45

생명

    - 김남조 -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