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꺼리/마음에담은시

즐거운 편지 / 황동규

bluecloud62 2005. 11. 29. 12:13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즐거운 편지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