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cloud62 2005. 8. 25. 10:01

잿빛을 가득 머금은 비가 내리고 있답니다.
어제만해도 한껏 사나운 모습만 보이던 여름비 였는데...

 

해마다 빠짐없이 다가서는
이 잿빛의 가을비는
제게는 애써 잊고 싶었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 잊혀져 버린
지난 기억들을 되살려 놓는
매개체가 된답니다.

 

때로는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로
또, 때로는 아직도 생생한 이야기로...

 

아침의 출근길이 그러했답니다.
지나간 기억들을 꼼꼼한 이삿짐을 싸듯이
먼지 켜켜이 쌓인 기억까지 끄집어 내어
훅 먼지 불어내고 다시 보게 하는
그런 날이었답니다.

 

잠시의 시간 뒤에는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밀려나 버리겠지만 가끔씩 이렇게
내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하는데에는
충분한 시간들 입니다.

 

이곳은 어쩌면 내 모습중에 부끄러운
부분은 모두 감추어지고 그저 평범함으로 보여지는
한쪽면만이 남겨지게 되는 기형적인 모습의 불완전한
공간이란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것을 펼쳐두고
보여지는 공간이 아니라
부끄럽고 책잡힐만한 모습이 담긴
보따리들은 꽁꽁 싸매어 구석에 감추어 두고

보기좋고 호감가는 모습만 꺼내어 진열해 놓은
양두구육의 이익을 추구하는 잘못된 생각을 지닌
주인이 운영하는 겉만 번드르르한 아니 겉 모습 조차도
그리 깔끔하지 못한 가게인지도 모르겟습니다.

 

이른 아침,
햇살 가득 내리는 창을 활짝 열듯이
내 맘을 활짝 열려는 노력에도
머뭇거림이 남아 있음은

 

아직도,
내게는 감추고만 싶은
부끄러움이 많이 남아 있음이
그 이유인것 같습니다.

 

그 부끄러운 것들을
정말 부끄럽게도
하나하나 끄집어 내게하는
잿빛 가을비는

내게는
일년에 한번쯤
꼭 겪게되는
아픔입니다.

 

그런날 비가 옵니다.

비가 와서 아픈게 아니라
아파서 비가 오는 가을날의
잿빛 하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