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cloud62 2005. 7. 20. 10:20

후덥한 바람에 쉽게 잠이 청해지지 않는다.

낮에 한껏 달구어진 바람이 밤에도 여전히

그 뜨거움을 담은채로 사방을 돌아 다니는 탓에

괜한 짜증이 몰려 오는 이런 한밤의 더위에 화가 난다.

 

리모콘을 집어 들고 파워 버튼을 누르니 통증 클리닉이란 자막이 뜬다.

통증 클리닉?  통증을 치료하는 내용의 이야기려니란 스치는 생각에

채널 고정이 아닌 채널 올림 버튼을 누르려 했다.

 

순간, 채널 고정.

화면에서는 고통으로 인해 일그러진 얼굴과 섬칫한 비명소리가

여과없이 한번에 몰려 나왔다. 보거나 듣는것이 아니라

그냥 몸으로 흡수 되어 버린 순간의 섬뜩함이 그냥 내게로

녹아 들어 버렸다.

 

차라리 죽여달라는 아들의 비명소리에 눈물짓는 어머니의 표정.

손이 하얗게 변하도록 주먹을 꼭 쥐어도 여전한 통증.

진통제를 투여해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결국엔 수면 마취제로

정신을 놓아 버려야 하는...

 

마취에서 깨어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픈것 보다 더 아픈건 그 아픈 나를 지켜

보아야 하는 사람이고 그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크다고...

 

칼에 베인 작은 상처에도 아파했던 내가 부끄러워서

살면서 느꼈던 배반감이나 현실에 대한 어려움에 아파했던 내가 부끄러워서

나를 탓하기 보다는 남에게로 원인을 돌려 버리곤 했던 내가 부끄러워서

최루탄을 마셨을 때의 눈물과는 분명히 다른 성분의 눈물이

프로그램이 끝날때 까지 멈추질 않았다.

 

예정되지 않은 시각에 불청객으로 찾아 올 통증에 대한

격한 두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콘크리트 작은 틈의 잡초

한포기를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에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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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S :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병명이었다. 외견으로는 아무런 흔적이 없지만 그 고통은

차라리 죽음보다 더 두렵다 하였다.

 

1993년에 세계통증학회 권위자들이 모여 새롭게 이름을
붙인 병으로 의료인이라 할 지라도 최신 의학적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생소할 것이다.

 

대체로 교통사고 또는 외상으로 오는 경우가 많으며 이병에
대한 진단 국내에서는 몇분밖에 진단을 내릴수 있다.
그중에서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는 병원은 서울대학교 통증클리닉이다.


화끈거리는 통증, 이질통(종이나  붓 같은 물체에 피부가  닿아도
극심한 통증이 생김), 부종, 색깔 변화, 운동 제한, 근육 위축 등을
보이는  증상을 반사성 교감신경성 위축증(Reflex Sympathetic  
Dystrophy)이라고 하며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   1형(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type I)이라고도 한다.

 

총상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신경 손상에서도 화끈거리는 통증이나
이질감이 오는데 이를  작열통(causalgia)이라고 하며 복합부위통증
증후군 2형( CRPS type II ) 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복합부위 통증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외상,
골절, 화상 등에 의한  신경손상, 환지통(절단 후에 생기는 통증),
척추 수술 후, 폐나 심장 복부 수술 후, 축농증 수술 후, 미용 성형
수술 후, 이를 뽑거나 치과 수술 후에 발생할 수 있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 뇌혈관 장애, 매독, 척수 손상 등에 의해서  생길 수 있으며
적절한 치료가 안될 때에는  근육의 위축,관절장애를 일으킨다.

 

나는 아프다.

복합부위통증 증후군(CRPS)

우리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나오는 경고의 사인, 통증!
그러나 기능을 다하면 사라져야 할 통증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사람들이 있다.


살짝 스치는 바람에도 공황에 빠질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는
복합부위통증 증후군 환자들. 겉으론 너무나 멀쩡해서
가족들에게조차 병으로 이해 받기 힘들다.
사소한 스침과 부딪힘이 위험하고 치명적인 통증으로

다가오는 그들. 그들이 벌이는 통증과의 치열한 전쟁을 취재한다.

 

# 통증, 보이지 않는 고통 - 승현씨

군에서 훈련 중 발목을 삐끗한 오승현씨.
그 후 신경이상으로 인한 통증과의 악연이 시작됐다.
부드럽게 스치는 붓끝에도 통증을 느끼는 승현씨.
밖에 나가는 건 엄두도 못 내는 그다.
외출할 때에는 항상 말기 암환자들에게 처방하는
마약진통제를 항상 챙겨야만 하는데...
늦은 밤, 갑작스러운 응급실 행.
침대 위에서 몸부림치며 죽여달라 울부짖는다. 
승현씨의 발에 지독한 통증이 시작되고
높은 곳에서 쇠망치가 떨어지는 듯한 고통이 계속된다.
그러나 신경 안정제를 맞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데...

 

# 통증으로 얼룩진 청춘 - 효주씨

계속되는 통증과 약물 부작용으로
우울증 치료까지 받는 김효주씨.
장식장을 가득 채운 약봉지들,
하나하나 챙겨먹는 것만도 버거운 일이다.
약 먹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효주씨.
하루종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딸이 엄마는 못마땅하기만 하다.
2년 전 수영장엘 갔다가
발에 외상을 당한 후 통증은 계속되고
그녀의 인생도 얼룩지기 시작했다.
교감신경 차단술을 받거나
척수 자극기를 몸에 부착하는 것 외에는
치료 방법도 없는 것이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이다.
온 몸을 옭아매는 통증 때문에
하루에도 수 만 번씩 자살을 결심한다는 CRPS환자들.
그들이 벌이는 통증과의 처절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