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들꽃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bluecloud62 2005. 5. 18. 12:39

 조금만,
 아주 조금만 
 마음을 열면
 가슴 가득히 번져 오는
 초록의 버거로움이 있습니다.

 

 한 호흡 한 숨결마다
 남겨진 순 초록의
 손길에 눈을 뜨면

 

 아직,
 조금은 엉성한듯한
 작은 꽃들의 잔잔한 미소.

 차마 발길 돌리지 못한
 내게로 다가오는

 선명한 순백의 마음하나는
 그저 맑기만 합니다.

 

 고개 돌리니
 늘 그자리에 있었지만
 내가 보지 못하던
 또 다른 미소들...
 순백은 하나가 아니라
 눈만 돌리면 항상
 내 곁에서
 마음을 열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그 작고 고운 모습들을
 즐겨 봅니다. 


 콘크리트 담장
 그늘 옆에
 힘겹게 피어
 햇살을 반기려
 손을 내미는 작은 들꽃들과


 고운 자태 뽐내지 않아도
 내 시선에 들어 앉는
 보랏빛 제비꽃과

 하얀 자태 유난한
 눈 시리게 맑은
 백색 제비꽃

 훅훅 더운 김 내 쉬며
 앞만 보고 달리던 지난 시절에는
 단 한번도 제대로 볼수 없었던
 맑고 고운 투명함이

 진홍빛 꽃보다 더한
 열정과 잔잔한
 파문으로 가득히
 담겨져
 내 기억에
 남겨 집니다.

 마음을 열고 바라 본 
 들꽃들에게서 퍼져
 나오는 은근하고 부드러운 
 향기처럼


 친구의 삶도 그리 
 준비 되어
 졌으면 합니다.


 들꽃을 좋아하는
 친구의 가슴에
 맑고 투명한 들꽃의
 향기가

 이처럼 순한
 초록의 새순으로
 자라나고,
 기억되어
 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