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cloud62 2005. 5. 16. 17:46

가을이 익어가는 무렵에
한번도 거르지 않고
시골 외 할아버지 댁
초가집 처마 밑엔
옥수수가 매달린다.

 

어린시절
꽤나 군것질 거리가 궁하던
그 어느날의 내 손에는
너무 굳어 먹지 못하는
옥수수 알갱이가
가득히 쥐어져 있었다.

 

오랜만의 마실 나들이에
뽀얀 자국 묻어나는 막걸리
붉게 들이키신
흰 수염 가득한
외 할아버님.

 

내 손에 쥐어진 옥수수 알갱이를 보시고는
허~ 허~  내년엔 옥수수 말고
다른걸 심어 보아야겠구나...

 

다음해에 무엇이 심어진줄은 기억에 없지만
씨앗으로 남겨놓은 옥수수가 사라진 것에도
외 손주에게 보기좋은 웃음을 던져 주시던
외할아버님의 기억은 남아 있다.

초가집 처마밑에 매달린
옥수수 몇개에서도
내 기억은
추억으로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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