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꺼리/마음에담은시
자격. / 유 안진
bluecloud62
2005. 5. 11. 17:23
유 안 진
자격.
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 민들레 홀씨바람 타듯이...
생활은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
날개옷을 훔치러 선녀옷을 기다리는 사람.
슬픔익는 지붕마다 흥건한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을 닮은 사람.
모습있는 모든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
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 지니게 마련인줄 아는사람.
세상사 모두는 순리 아닌게 없다고 믿는사람.
몇해 더 살아고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감동받지 못하는 시 한 편도
희고 붉은 피를 썩인 눈물로 쓰인줄을 아는 사람.
커다란 것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람.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져서 받아내는 사람.
자유로워지려고 덜 가지려 애쓰는 사람.
맨살에서 늘 시골집 저녁연기 내음이 나는 사람.
모름지기 이런 사람이야말로
연인 삼을 만하다 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