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cloud62 2005. 4. 12. 20:41
11시 30분 심야표를 끊었어요.

그치만 15분 지난 9시 30분에 시작된 영화를 보았답니다.

15분 덜 보니 할인 안해 주시나요?란 질문에 발권창구에서

심야표는 할인이 되니 표는 심야표지만 관람은 지금 가능하다면서

1000원이나 할인된 금액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답니다.

 

영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첨 들어가서 본 화면은 차가운 금속성 소리와

휙휙 날아다니는 사람들의 멋진 몸 놀림 그리고 계단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불빛들...

 

몇초 지나지 않아 적응된 내 눈에 하나둘 사람들과 의자의 배열이 보이기

시작하였답니다.  늦은 시간과 추석연휴인 때문인지 빈자리가 참 많더라네요.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여기저기 하나하나 둘러보기 시작했답니다.

 

젊은 친구들이 제법 자리잡고 있는 와중에도 내 나이또래 되어 보이는

친구들도 보였답니다.  새로 지은 극장이긴 했지만 아주 자그마해서

음향시설과 영상을 제대로 즐기려면 맨 뒷자리가 제격일것 같아

자리를 옮겨 보았답니다.

 

장예모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제대로 살아 움직이는걸 느끼며

자리를 맨 뒤로 차지하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했구요.

 

영화 내내 말보다는 영상미가 내 눈을 사로 잡았는데

그 중에서도 대나무밭에서의 활극은 영화라는 전제조건과

홍콩영화에서의 오버액션을 기정 사실화 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이도 아름 다웠답니다.  특히나 비도문이라 칭해지는 사문의

옥색으로 다듬어진 여자  도적들의 모습은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구요.

 

정부를 괴롭히는 비도문이란 도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포도대장격인 사람을 비도문의 두목딸에게 연정을 느끼게 해서

비도문이란 도적들의 소굴을 알아내려는 비밀임무를 띄고

잠입시키고 그에 반해 비도문에서는 포도청에 자신들의

심복을 잠입시키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삼각관계의 설정들이 너무나 눈에 보이게 뻔한탓에

이야기의 전개는 별로 기억되는게 없지만 장면 하나하나에 담겨진

영상미만 점수를 준다면 후하게 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던 영화랍니다.

 

기억나는 대목이 있네요.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두 남자중 하나

[ 난 바람입니다. 이름이 水風 이지요. 바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여주인공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남자에게 물었을 때의 대답입니다.

이 남자는 비도문을 소탕하기 위해 포도청에서 비도문에 잠입 시키고자 하는

사랑보다는 목적이 우선이었으나 후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이랍니다.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

[ 난 삼년을 죽을 고비를 넘기며 너를 위해 기다렸는데

  넌  단, 삼일만에 다른 남자를 사랑하다니...]

이 남자는 비도문의 중간 대장으로 온갖 고생끝에 포도청에 잠입하여 비도문을 위해

활약하는 남자로 그 모든 고생의 과정을 오직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으로 버티어낸

삼각관계에서 고배를 마셔야 하는 주인공 이랍니다.

 

이럴수도 있긴 한가요?

사랑을 하기는 하지만 흔적도 없이 떠날수 있을순 없을거 같은데

삼년을 기다린 남자를 뒤로하고 삼일만에 또 다른 사랑을 이룰 수 있나요?

 

잠깐 물음표를 찍어 보았던 영화 랍니다.

[연인] 내용보다는 영상의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하고

           사랑에 관한 짧은 물음표를 찍게하는 영화

           시간이 하릴없이 남는다면 한번쯤 보아봄직도 한 영화 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