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꺼리/가슴속이야기

주말, 그 하루의 시간(초보 주부 놀이)

bluecloud62 2005. 4. 12. 20:20

 

퐁퐁  뿌려내어  거품을  내고  설겆이함  치워놓구

팡팡  소리나게  빨래를  털구  고이접어  널어놓구

위잉  소리나는  청소기  들어  구석구석  빨아내구

푸식  소리내는  스팀형  걸레  여기저기  닦아내구

 

그러구 나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아내가 할때는 슥슥 하나도 힘들지 않은 표정으로

잘만 하던데 내가 너무 열심히 햇나?

 

암튼,

시간에 반비례는 했지만

그래도 흉내는 내어본 초보 주부의 역할 이었다.

 

이왕 시작한거

저녁 찬거리 까지 준비해 볼까?

라구 생각은 했지만 아서라 그냥 돌아오면

맛난 외식이나 시켜주자.로 바꾸어 버렷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홀로의 여유로운 시간 보내구 있는중,

컴도 켜 놓구 전화도 켜놓구 누가 불러 주지 않을까?

수빈친구 말대로 하면 설레는 기다림과 데이트 하고

있었는데 반가운 전화 한통 울려 댄다.

 

어? 반갑다, 진짜루 반가웟다.

오랜만에 주어진 이 시간들을 어떻게 쓸까 고민중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하구 나 오늘 한가해....라며

눈치도 주었는데 별로 먹히질 않는다.

바쁘다며 끊고

 

기다림과의 데이트 별로 재미없어

친구에게 전화를 한통 넣었다.

어? 그래 왜 전화 했어?

응. 아까 내가 이야기했던거 신경 안써도 된다.

내가 다 해놓았거든

그래서 어쩌구저쩌구 이바구좀 진행 시키려는데

이런.  다른 전화 왓단다. 끊으란다.

그러지 뭐.

 

컴을 들여다 보구 있자니 것두 심드렁해졋다.

눈에 뭔가 띈다.

책장?  그래 저거 정리하자,

후다닥 휘리릭... 이리저리 어지럽던 책장을

다 정리하고 나니 슬슬 허기가 진다.

 

음악소리.. 음악소리... 어? 전화다. 오늘 제법...

응!  웬일이냐?  반갑게스리^^

있잖아~  기분좋은 일이 있어서...

듣고보니 진짜 기분좋은 만한 일이다.

그래 그거 네 모습 그대로 보아 주는거 먖다.

기분좋은 일은 나누니 더 좋아 지나 부다.

 

몇초 이야기 안 햇는데 30분이나 되었단다.

점심 맛나게 먹고^^

끊어진 전화를 보구 있었다.

기분좋은 친구^^

 

나도 꺼내 보앗다.

제법 시장기가 돌아서......

보온 밥통을 보니 밥은 많구

반찬은 뭐가 잇나?

이런?  모두 원재료? 

찾았다!!!!   장조림과 김치 볶음.

큰 그릇에 밥을 푸고 김치볶음 넣구 장조림 좀 넣구

오늘은 이렇게 때워 볼까나?

 

찌르르르르르ㅡ르르

아! 시끄러워라.

매미소리가 장난 아니게 시끄럽다.

이게 웬일?

그것도 육체노동이라구 하구 나서

안 먹던 점심까지 배부르게 먹구나니

잠이 들엇었나 보다.

 

부시시하고 뻑적지근한게 몸이 별루다.

시원하게 샤워하구 마실이나 한바퀴 돌아야 겟다.

 

경비아저씨의 근엄한 표정도 보구

놀이터 아이들의 발랄함도 보구

아파트에 버려진 꽃들도 보구

 

앗!  빼먹을뻔 했다.

깨끗이 모아둔 음식물 쓰레기하구

재활용품. 그리고 쓰레기 버려야지......

 

초보 주부...

그건 쉬운거 아니네...

얼른 끝내고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지녀 보려 했는데

벌서 시간이 이렇게 되엇네?

 

담에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면 잘 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