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뒤로 기대어 주무세요
유난히 오른쪽 어깨가 무겁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순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어떤 아저씨의 묵직한 머리가 내 어깨를 마구
밀쳐대고 있었다.
갈색 안경에 조금은 부시시한 머리
아직 어젯밤의 술기운 이나 피곤함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얼굴.....
꽤나 피곤한 날들을 지내는 사람인가 보다.
그냥 참지 모.
잠깐 참으면 되지.
지하철이 역에 가까워 지면서
아저씨의 무겁던 머리가 어깨에서 멀어져 간다.
이제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웬걸.
차가 출발하니 다시 그 육중한 머리가 내 어깨를 누른다.
이미 잠에 취하기 시작한 그 아저씨의 머리는 졸고 있을때의
머리의 무게보다 배는 더 무거워 져 있었다.
살짝 밀치기 작업.
미안햇나 보다
얼른 자세를 고치고 일어나 앉는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는가?
잠에 취하기 시작한 사람은 절대로 하차할 역이 되기
전까지는 고개를 빳빳이 세우는 법이 없단거 다들 알것이다.
다시 내 어깨에 얹혀진 무게가 심각할 뿐 아니라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잘 기대 있는 상태로 참다가
갑자기 어깨를 휙 빼 보았다.
출렁하며 머리가 휘청이는게 보이더니
다행 스럽게도 정신을 차렷나 보다.
이제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갈수 있으리라...
이런, 이런
다시 시작 되엇다.
내 어깨에 올려지는 아저씨의 머리는 이제 너무도 자연스러울 정도이다.
앞에 서있던 젊은 친구의 얼굴에 웃음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한번만 더,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드디어 터졋다.
아저씨!!!!!!!!!!!!!!!!!!!!!
순간 주변의 아무 관심도 없던 눈길들이
이게 웬 구경거리냐며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웃?
어카나? 어카나? 어카나?
내게로 쏠리는 눈길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순간 머리카락이 쏠리는 느낌이 들엇다.
있잖아요. 머리를 뒤로 기대서 주무시면
제 어깨보다 시원하고 편하시답니다.^^
보엿을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가며 이야기 한것이...
순간,
나를 내내 괴롭혔던 아저씨가 벌떡 일어난다.
웅? 나랑 한판 해 보자는 건가?
좋아, 못할것도 없지.
그런데 그 아저씨
내게 정중히 사과한다.
아~ 죄송합니다.
잉? 이게 아닌데?
그럼 도대체 왜 사람 놀라게 만드는 거야?
먼저 내리겠습니다.
사람들의 눈길에 기대를 져버린 상황에 대한
싸~~~~아한 한기가 돌았다.
잔뜩 기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한채
아저씨는 우산 하나 달랑들고 멀어져 가고 있다...
만일.
정말 만일
이쁜 우리 친구들이
내 옆에서
그렇게 피곤함에 지쳐
내게 머리를 기대었을때도
나는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
절대루 아니지^^
오래오래 더 오랫동안 쉬어 주기를 바랬겠지.